루시가 강인한 다리 근육을 이용해 현생 인류처럼 이족보행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아직 많은 비밀을 간직한 원시 인류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 루시는 인류 진화를 논할 때 빠지지 않는 학계의 슈퍼스타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는 14일 공개한 연구 보고서에서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 여성 표본 루시가 튼튼한 골반 및 근육을 기반으로 현대인처럼 두 다리로 직립보행을 했다고 주장했다.

1974년 에티오피아에서 발견된 318만 년 전 고대인 화석 루시는 상당 부분이 베일에 가려져 있다. 보행 능력도 그중 하나다. 일부 학자는 루시가 제대로 이족보행했다고 보는 반면 원숭이처럼 사족보행을 했다는 주장도 계속된다.

루시 화석을 토대로 제작된 3D 모델. 하체에 분포된 근육의 양이 상당하다. <사진=케임브리지대학교 맥도날드고고학연구소 공식 홈페이지>

이 대학교 맥도날드고고학연구소 연구팀은 최신 3D 모델링 프로그램으로 루시의 신체 복원을 시도했다. 우선 자기공명영상(MRI) 장치와 CT 스캐너로 현대인의 근육 매핑부터 시작했다. 그다음 루시의 뼈와 관절을 가상으로 재구축했다. 여기에는 루시 인골에 나타난 흉터 등 아주 작은 단서도 모두 동원됐다. 

이렇게 완성된 3D 모델을 들여다본 연구팀은 루시가 직립해 두 다리로 이동했고 지상은 물론 나무 위에서 생활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강인한 다리 근육으로 나무 위에서도 균형을 잘 잡아 천적의 습격을 피했다는 이야기다.

특히 특정 무릎 관절과 근육의 구조 상 루시는 침팬지처럼 앞으로 몸을 굽혀 손가락을 땅에 붙이고 다닌 것이 아니라 완전히 직립해 걸었다고 연구팀은 생각했다.

루시의 하체 뼈의 구조와 여러 흔적을 기반으로 제작된 골반과 대퇴골 및 근육 구조 <사진=케임브리지대학교 맥도날드고고학연구소 공식 홈페이지>

실험 관계자는 "현대인의 하체는 아무리 다리 근육을 단련해도 체중의 50%를 넘기 어렵다"며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는 하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신체의 74%나 됐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루시의 신체를 3D 모델링한 결과만 보면, 아마 루시는 직립 이족보행을 했지만 오늘날의 어떤 동물에게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걸음걸이를 가졌을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동물의 직립보행 능력은 하체 근육이 차지하는 공간을 재구성해 대략 파악할 수 있다. 루시가 막 발견됐을 무렵 학자들은 골반 규모와 여기 연결된 대퇴골 크기로 미뤄 루시가 이족보행을 했다고 생각했다.

뼈들의 구조를 토대로 복원한 루시 <사진=멕시코시티 국립인류학박물관 공식 홈페이지>

일부 학자들은 몸 전체를 제대로 구성하지 못하는 뼈 몇 개만 가지고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가 두 다리로 걸었다고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오히려 이들이 원숭이에 가깝게 네 다리로 걸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루시는 발굴 현장에 놓인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비틀즈의 대표곡 '루시 인 더 스카이 위드 다이아몬드'를 따 명명됐다. 화석을 분석한 고고학자들은 루시가 키 105㎝ 전후의 여성으로 사랑니를 가졌고, 발육이 채 끝나지 않은 10대일 가능성이 높다고 추측했다. 

이윤서 기자 lys@sptunik.kr 

⇨스푸트니크 네이버포스트 바로가기
⇨스푸트니크 유튜브 채널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