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하고 힘들 때 공포에 자신을 노출하는 사람이 있다. 잔잔하고 안정적인 음악보다 시끄러운 곡을 듣고, 심지어 공포영화를 찾아보는 역발상은 과학적으로 근거가 있을까.

힘들 때 과격한 음악이나 무서운 영화에 스스로를 던지는 것은 ‘노출 치료(exposure therapy)’의 일종이다. 공포영화를 정말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추천하지 않지만 만약 평소 불안과 공포로 고통받고 있다면 무서운 영화를 보는 선택지를 심리학자들은 추천한다.

공포영화가 정신을 단련하고 불안감 해소에 데 도움을 주는 사실은 과학적으로 증명되고 있다. 스트레스로 인한 불안을 유사 체험을 통해 극복하는 식이다.

대체로 공포는 도망칠수록 커지는데, 노출 치료는 두려움을 느끼게 하는 요인으로부터 도망치지 않고 오히려 이를 맛보는 요법이다. 여기에 익숙해지면 어려운 상황에 놓여도 예전만큼 두렵지 않게 되고 멘탈이 강해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공포영화로 현실의 스트레스를 다스릴 때는 자신의 취향에 맞는 호러 장르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진=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스틸>

이를 증명한 실험도 여럿 있다.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 연구팀은 공포영화를 본 불안증 환자들이 과호흡이나 발한 등을 견디고 안정됐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적이 있다. 연구팀은 영화를 볼 동안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몸이 뻣뻣해질지라도 공포를 마주하면서 막연한 불안을 해소할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

공포영화가 현실에서 받는 스트레스에 특효라는 주장도 있다. 미국 심리치료사 커트 오클리는 “스트레스를 느끼게 하는 영화로 불안감을 의도적으로 일으킬 경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진정 효과가 확인됐다”며 “실제 위험에 처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지하는 유사 체험은 공포에 자신을 단련하는 연습과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생활에서 이런 역설적 요법을 다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즉석에서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방법으로 무서운 영화만 한 게 없다”며 “공포영화 마니아들이 코로나19 사태에 만연했던 각종 스트레스에 강했던 이유가 이것”이라고 덧붙였다.

심령 공포영화의 흥행작으로 평가되는 '컨저링' <사진=영화 '컨저링' 스틸>

공포영화가 불안감을 덜어준다는 학자들은 아드레날린 방출 후 진정 효과에 주목한다. 무서운 영화를 끝까지 본 데 대한 자기만족감 역시 무시할 수 없다는 전문가도 있다.  

다만 앞서 언급했듯 노출 요법은 모든 이들에 적용되지 않는다. 공포영화를 통한 노출 치료가 역효과가 나는 경우도 있다. 만성화된 스트레스가 실제 불안장애나 PTSD, 강박증으로 이어졌을 때는 병원 진료가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공포영화 노출 치료에 특정 작품을 추천하기보다는, 보는 사람의 취향에 따를 것을 조언했다. 심령을 믿지 않는 사람들의 경우 심리적 압박이 탁월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같은 공포 스릴러를, 잔인한 영화를 꺼리는 이들은 ‘컨저링’ 같은 심령 영화가 적합하다는 이야기다. 

서지우 기자 zeewoo@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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