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 중학교가 학생들의 검은색 옷 전신 착용을 금지해 논란이 한창이다. 학교는 검은색 옷이 학생들의 우울증을 야기하거나 심화한다고 보고 교직원 회의를 거쳐 이런 결정을 내렸다.
미국 텍사스주 서남부 엘파소에 자리한 찰스중학교는 새 학기가 시작되는 9월부터 학생들의 검은색 옷 전신 착용을 단속한다. 미국 중학교들이 학생들의 자유를 존중하고 자유로운 면학 분위기를 강조해온 터라 이번 조치는 여러모로 화제가 됐다.
학교는 검은색 옷이 학생들의 우울증 등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이유로 이번 결정을 내렸다. 상의나 하의 한쪽이 검은색이라면 문제가 없고, 상하의 모두 블랙 컬러로 통일하면 제재 대상이다.
이번 조치는 엘파소 교사협의회에서 비롯됐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은 스스로는 물론 이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우울증을 촉발할 수 있다는 게 협의회 입장이다.
협의회 관계자는 "알록달록한 옷을 입던 학생이 검은색 옷을 전신 착용할 경우 정신적으로 불안정해지는 경우를 교사들이 수차례 관찰했다"며 "건강하고 행복한 학교생활을 위해 아이들의 복장 색상 단속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학교 결정에 반대하는 학부모도 적잖다. 검은색 옷을 입으면 실제로 사람의 우울증을 유발하는지 정확한 인과관계를 학교가 언급한 적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은색 옷 착용은 생활의 일부이며 학생들의 개성이라고 반발하는 목소리도 있다.
검은색 등 어두운 계열의 색이 우울증을 심화한다는 가설은 실제로 있다. 환자들이 머무는 병실 내부가 대체로 밝은 색상인 것이 대표적이다. 학자들은 과거부터 색상이 사람의 심리에 미치는 영향을 다각적으로 조사해 왔다. 색깔은 음악이나 향기와 더불어 사람의 마음을 안정시키는 심리요법(컬러테라피, color therapy)에도 적극 사용된다.
찰스중학교의 복장 규제와 관련, 한 심리학자는 "컬러테라피의 관점에서 검은색은 반드시 우울함을 끌어내는 색상은 아니다"며 "검은색은 사람에게 안정감을 주며, 강력한 에너지를 상징하기도 한다. 고급스러운 이미지가 강한 검은색은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마케팅에도 적극 활용된다"고 전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