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독자적으로 완성한 우주정거장에서 원숭이 짝짓기 실험을 기획하면서 미중력 공간의 동물 번성 가능성에 대해 학계 관심이 집중됐다. 이런 실험은 언젠가 이뤄질지 모를 인류의 행성 이주와 깊이 관련됐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지난 3일 중국국가항천국(CNSA)을 인용한 기사에서 중국 독자 우주정거장 ‘톈궁’에서 원숭이 짝짓기 실험이 이뤄질 전망이라고 전했다.

‘톈궁’ 내 실험 모듈 ‘멍톈’에서 진행될 것으로 보이는 이번 실험은 원숭이 등 영장류가 우주에서 짝짓기를 하고 새끼를 가질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기획됐다. 만약 원숭이가 미중력 공간에서 새끼를 갖게 된다면 향후 인간의 행성 이주나 우주여행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CNSA는 판단했다.

인간을 비롯한 동물이 우주에서 자손을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는 수십 년 전 시작됐다. 1992년 미 항공우주국(NASA) 비행사 마크 리(70)와 잔 데이비스(69)는 부부로서는 최초로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장기 체류했다. 우주비행사는 임무 외의 사적 활동이 보장되는 만큼, NASA는 부부가 우주에서 육체관계를 갖고 아이를 가질 수 있는지 내심 기대하고 주시했다. 다만 NASA에 따르면 이들 부부는 ISS 체류 기간 어떤 형태로도 사랑을 나누지 않았다.

중국은 최근 완성한 독자 우주정거장을 통해 원숭이의 미중력 짝짓기를 실험한다. <사진=pixabay>

사람의 몸이 둥둥 뜨는 미중력 공간에서는 성행위 자체가 어렵다는 게 학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영국 노팅엄대학교 생리학자 애덤 왓킨스 부교수는 2020년 기고에서 “미중력에서는 인간이 서로 밀착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 자체가 어렵고, 우주에서는 혈압이 낮아지기 때문에 발기나 흥분을 지속하는 것도 지구보다 훨씬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유인 우주선이나 ISS에는 남녀가 오붓하게 머물 공간 자체가 없다. 우주비행사들 스스로도 남녀가 정을 나눌 공간은 전혀 없다고 입을 모은다. 우주인들에게 ISS에서의 유일한 ‘일탈’이라고 해봐야 몰래 가져간 술을 홀짝거리는 게 전부였다는 회고도 있다.

우주 공간에서 이뤄진 동물 짝짓기 실험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구소련 과학자들은 과거 쥐 몇 마리를 교미하는 실험까지는 성공했다. 당시 암컷 여러 마리가 임신 징후를 보였지만 지구로 귀환한 뒤 새끼는 태어나지 않았다.

원숭이 짝짓기 실험이 이뤄질 중국의 독자 우주정거장 톈궁 <사진=CNSA 공식 홈페이지>

학자들은 우주 공간에 장기간 노출된 쥐들의 정자나 난자가 망가진 것으로 추측했다. 미중력이 수컷 쥐의 고환 등 생식기관을 손상시켜 성호르몬 수준을 크게 떨어뜨린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다만 최근 조사에서는 우주에서도 번식활동이 가능하다는 유의미한 실험 결과도 이어진다. ISS에서 이뤄진 장기 건강진단 결과에 따르면, 우주선 발사 또는 지구 귀환 직후 남성 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이 감소하지만, 우주 체류 시에는 대부분 정상치로 돌아오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중력의 변화나 방사선이 인간의 정자에는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한편 지난 1일 마지막 주요 모듈 ‘멍톈’이 도킹하면서 주요 구조가 완성된 ‘톈궁’은 ISS와 더불어 지구 저궤도에 뜬 유일한 우주정거장으로 기록됐다. 총 3개 모듈로 구성된 ‘톈궁’은 중량 80t 규모로 우주비행사 6명이 한꺼번에 체류할 수 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스푸트니크 네이버포스트 바로가기
⇨스푸트니크 유튜브 채널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