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기생충에 감염된 늑대는 무리를 통솔하는 리더가 되는 경우가 많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동물학자들로 구성된 연구팀은 25일 국제 학술지 ‘Communications Biology’에 게재된 논문에서 야생 늑대 무리의 우두머리 중에는 톡소플라즈마를 가진 개체가 많다는 조사 결과를 소개했다.
연구팀은 1995~2020년 미국 국립공원에 분포하는 야생 늑대들의 이상의 혈액을 채취, 기생충 감염 여부를 검사하고 각 개체의 행동을 추적 관찰했다.
기생충에 감염된 야생 늑대 약 200마리를 26년에 걸쳐 장기간 조사한 연구 결과 톡소플라즈마를 가진 늑대일수록 무리의 리더인 경우가 많았다. 또한 감염된 개체는 무리로부터 독립하는 시기도 빨랐다.
조사 관계자는 “야생 늑대 수컷은 최장 21개월 동안 무리 지어 지내다 독립한다”며 “톡소플라즈마에 감염된 수컷은 생후 6개월 만에 무리를 떠날 확률이 일반 개체보다 50% 높았다”고 전했다.
이어 “암컷의 경우 독립까지 걸리는 시간은 보통 48개월”이라며 “수컷과 마찬가지로 감염된 암컷은 30개월 만에 무리를 떠날 확률이 25% 컸다”고 덧붙였다.
톡소플라즈마에 감염된 수컷이 감염되지 않은 수컷에 비해 무리를 이끌 가능성은 무려 46배 큰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팀은 톡소플라즈마가 뇌에 영향을 줌으로써 늑대가 더 대담해지는 것으로 추측했다.
톡소포자충(Toxoplasma gondii)에 의해 감염되는 톡소플라즈마는 사람을 포함한 포유류에서 확인된다. 사실상 모든 동물이 감염될 수 있으며 고양잇과 동물이 종숙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야생 늑대들이 톡소플라즈마에 감염된 지역은 쿠거가 사는 곳과 일치했다.
톡소플라즈마는 길이 약 4~7㎛의 기생성 원생생물이다. 다양한 항온동물을 감염시켜 톡소플라즈마증을 일으킨다. 사람의 경우 감염된 성인 중 드물게 감기몸살과 비슷한 증상이 나타날 정도로 심각성이 크지는 않지만 행동이 불규칙해지거나 대담성을 나타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조사 관계자는 “무리를 이끄는 것이나 동료들로부터 독립하는 것은 모두 위험을 수반하는 행동”이라며 “톡소포자충에 감염된 늑대의 기묘한 변화는 기생충의 영향으로 성격이 대담해지는 것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