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베리아반도에서 무더기로 출토된 약 5000년 전의 올빼미 점토판은 의식용이 아닌 어린이 장난감일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스페인 생물학자 후안 호세 네그로(58)가 이끄는 연구팀은 1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게재된 논문에서 약 5000년 전 제작된 것으로 보이는 고대 이베리아반도 정착민의 올빼미 점토판은 유아용 장난감 또는 어린이가 직접 만든 작품이라고 주장했다.

연구팀은 1920년대 유럽 남서쪽 이베리아반도에서 수천 점 출토된 동물 점토판 장식의 실제 용도를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1세기 넘게 장례 등 특별한 의식에 사용한 것으로 여겨진 올빼미 점토판의 새 묘사가 지나치게 초보적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베리아반도의 광범위한 유적에서 출토된 올빼미 점토판 <사진=후안 호세 네그로>

출토된 올빼미 점토판을 전부 살펴본 연구팀은 동물 묘사가 지나치게 만화적이고 아이를 위한 장난감 수준이며, 전문가가 아닌 아이가 만들었을 정도로 품질이 의심스럽다고 결론 내렸다.

후안 교수는 “올빼미 묘사가 너무 단순해 의식에 사용할 정도의 수준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며 “이베리아반도에서 나온 다른 고대 유물들은 금이나 상아, 수정 등 귀중한 재료나 희귀한 암석으로 만들어졌지만 올빼미 판은 죄다 점토로 제작된 것도 이상했다”고 전했다.

고대 이베리아반도에 정착한 사람들은 주변에 널린 점토로 다양한 생활 도구를 만들었다. 즉 점토는 의식에 사용할 귀중한 재료로는 보기 어렵다. 점토판은 특별한 기술이 없는 사람도 쉽게 만들 수 있다는 점도 연구팀의 판단을 뒷받침했다.

5000년 전의 올빼미 점토판(왼쪽)과 스페인 초등학생이 그린 올빼미 그림 <사진=후안 호세 네그로>

연구팀은 점토판 속 올빼미 문양의 수준을 알아보기 위해 실험에 나섰다. 각 점토판에 새겨진 올빼미들의 디자인적 공통점을 6개 뽑아낸 뒤 4~14세 아이들을 모아 올빼미 사진을 보여주고 그리게 했다.

그 결과 요즘 아이들이 그린 올빼미도 연구팀이 뽑아낸 고대 점토판의 6개 디자인적 특징과 거의 일치했다. 후안 교수는 “올빼미 눈 주변의 평평한 안반과 부리, 무늬가 특징적이 날개, 몽글몽글한 깃털 등 여러 특징이 현대 아이들의 그림에서도 확인됐다”며 “제법 올빼미 같은 그림일수록 아이 연령대가 높았는데, 이는 고대 점토판에서도 나타나는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교수는 “수천 점에 달하는 올빼미 점토판이 모두 의식용으로 사용됐을 가능성은 역시 낮아 보인다”며 “지금껏 발굴된 고대 유물 중에는 우리가 그 목적을 오해하는 것도 상당수 있는 만큼 다른 관점에서 고대 문명을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스푸트니크 네이버포스트 바로가기
⇨스푸트니크 유튜브 채널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