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합성 없이 균류에 빌붙는 유령 같은 식물을 부생식물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도 전국적으로 분포하는 ‘나도수정초(학명 Monotropastrum humile)’가 대표적인데, 전 세계 단일종으로 알려진 이 식물의 신종이 처음 발견돼 학계 관심이 집중됐다.
일본 고베대학교 연구팀은 지난 11월 30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광합성을 하지 않는 식물 ‘나도수정초’의 새로운 종을 소개했다.
‘나도수정초’는 일본을 비롯해 한국, 동남아시아 국가에 자생하는 부생식물, 즉 동식물 사체에서 발생하는 유기물을 영양분으로 생활하는 식물이다. 유령을 닮은 겉모습까지 더해져 일반에는 ‘유령초(Ghost plant)’로 알려진 ‘나도수정초’는 세상에 단 한 종만 알려진 단일식물이다.
연구팀은 흰색 몸통을 가진 기존 ‘나도수정초’와 달리 분홍색 꽃잎과 꽃받침을 가진 신종을 일본에서 발견했다. 규슈 기리시마 산의 음습한 지역에 드물게 분포하는 이 새로운 식물에 연구팀은 ‘Monotropastrum kirishimense’라는 이름을 붙였다.
‘나도수정초’가 유령처럼 새하얀 이유는 엽록소가 없기 때문이다. 광합성을 하지 않는 대신 숲의 균류와 협력해 균근(식물 뿌리와 균류가 공생을 위해 결합한 뿌리)을 형성, 양분을 얻는 다른 부생식물과 달리 균류 쪽에는 어떤 이득도 제공하지 않는다.
조사 관계자는 “‘나도수정초’는 동남아시아에서 어렵잖게 볼 수 있지만 지금까지 세계에 한 종뿐이었다”며 “일본에서 분홍색 꽃잎이 특징인 신종이 발견되면서 다른 종이 존재할 가능성도 떠올랐다”고 전했다.
신종을 비롯한 ‘나도수정초’는 식물과 균류가 만들어내는 숲의 광대한 네트워크를 잘 보여준다. 이 네트워크는 영양분을 운반하는 고속도로로 활용되는 동시에 전기 신호나 화학 신호에 의한 식물의 통신망 역할을 하는 것으로 학자들은 보고 있다.
조사 관계자는 “이 네트워크 덕분에 영양분이 많은 곳에서 적은 곳으로 자원이 분배된다”며 “이를 통해 숲 전체의 생태계가 유지되고 식물이 외적의 접근을 알리는 등 우리가 알지 못하는 숲의 유대감이 유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래 균류로부터 양분을 얻는 대가로 식물은 광합성으로 만들어낸 탄화수소를 협력관계에 있는 균류에 돌려준다”며 “다만 ‘나도수정초’는 광합성이 불가능해 말 그대로 균류에 빌붙어 사는 처지다. 균류가 왜 이런 식물에 협력하는지, 어떤 이득을 얻는지는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신종 ‘나도수정초’는 분홍색 꽃잎과 꽃받침을 비롯해 뿌리가 거의 흙에서 나오지 않는 등 기존 개체와 다른 특징을 가졌다. 무당버섯 계통의 균류와 강한 연관이 있으며, 이 때문에 일반 ‘나도수정초’와 비교해 개화가 40일가량 더디다.
조사 관계자는 “다면적 증거들에 근거할 때 새로운 ‘나도수정초’는 형태학적·생물계절학적·계통발생학적·생태학적으로 적잖은 차이를 보이므로 기존 개체들과 다른 종으로 인식돼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새로운 ‘나도수정초’가 원시림이 울창한 기리시마 산에서 발견됐고 개체가 아주 희귀한 것으로 미뤄 멸종 위기종일 가능성이 크다고 추측했다.
이번 발견은 국제 학술지 ‘Journal of Plant Research’에도 소개됐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