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이 지질학적으로 살아있다는 흥미로운 주장이 제기됐다. 지각판(플레이트)이 존재하지 않는 화성에서 화산 폭발과 지진이 일어나는 것은 맨틀 융기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에 학계 관심이 쏠렸다.
미국 애리조나대학교 달행성연구소(LPL)는 5일 공식 채널을 통해 화성의 지하 깊은 곳에서 상승해 엘리시움 평원을 밀어 올리는 맨틀 융기가 존재한다고 발표했다. 이와 함께 LPL은 화성이 지금까지 생각한 것보다 지질학적 활동이 두드러져 지각을 들어 올리는 맨틀 융기가 일어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맨틀 융기란 지하 깊은 곳에서 상승하는 매우 뜨거운 용암의 흐름이다. 거대한 순상화산인 올림포스 산 등 화성의 여러 화산이 보여주듯 과거 이 별에서는 화산활동이 활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화산들이 활동하던 시대는 너무 오래됐고, 현재 화성은 지질학적으로 전혀 활발하지 않다는 게 학계 견해였다. 화성이 가장 활동적이던 것은 30억~40억 년 전으로 추측되며, 오늘날 화성은 본질적으로 죽었다는 것이 학자들의 생각이었다.
LPL은 화성 북반구에 펼쳐진 엘리시움 평원에서 최근 발견된 후대 지질 활동 흔적에 주목했다. 수십억 년 동안 눈에 띄는 활동이 없는 화성의 다른 지역과 달리 엘리시움 평원에서는 지난 2억 년에 걸쳐 대규모 분화가 일어난 증거들이 속속 발견되고 있다.
LPL 연구팀은 지난해 5월 논문에서 지금으로부터 불과 약 5만3000년 전 엘리시움 평원에서 벌어진 소규모 화산 분화의 증거를 공개한 바 있다. 엘리시움 평원에 약 1300㎞에 걸쳐 분포하는 균열 집합체 ‘켈베로스 지구(Cerberus Fossae)’에서 확인한 화산 분화의 흔적에 학계는 술렁였다.
고성능 지진계를 탑재한 미 항공우주국(NASA) 화성 탐사 로버 ‘인사이트(InSight)’는 최근 화성에서 검출된 거의 모든 지진이 켈베로스 지구에서 발생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증거들은 화성이 지금도 지질학적으로 활발히 활동하는 것을 보여주는데, 화산이나 지각 구조의 활동을 가져오는 근본적인 원인은 알려져 있지 않았다.
이에 대해 LPL 관계자는 “지구의 화산 활동이나 지진은 플레이트 운동이나 맨틀 융기와 관련된다”며 “현재 화성에는 지각판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맨틀 융기를 가정한 엘리시움 평원의 지형이나 중력장 분석을 실시했고, 그 결과 평원 아래에 맨틀 융기가 존재할 가능성이 떠올랐다”고 전했다.
이어 “화성 북반구에는 저지대가 펼쳐져 있으며, 엘리시움 평원은 지표가 융기하고 있어 북반구 저지대에서 가장 해발고도가 높은 지역 중 하나”라며 “융기하는 지표가 화성 내부 깊숙한 곳으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은 중력장 분석 결과로도 알 수 있으며, 이는 맨틀 융기 가설과도 일치한다”고 덧붙였다.
LPL에 따르면 형성 후 지표가 밀려 올라와 생긴 것으로 보이는 충돌 크레이터 바닥의 기울기 역시 화성의 맨틀 융기 가설과 맞아떨어진다. 지구물리학적 모델을 이용한 조사에서도 켈베로스 지구의 형성을 설명할 수 있는 것은 폭 약 4000㎞의 거대한 맨틀 융기뿐이라는 게 LPL의 결론이다.
LPL 관계자는 “이번에 확인된 활발한 맨틀 융기는 화성의 지질학적 진화를 이해하는 중요한 진보”라며 “맨틀 융기는 화성의 생명체 존재 가능성과도 연결되는 만큼 관련된 추가 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현재 화성의 물은 얼음 형태로 지표면 아래 존재한다. 맨틀 융기로 인한 막대한 지열은 얼음을 충분히 녹이고도 남으며, 홍수를 일으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지하 깊숙이 서식하는 생명체들의 삶을 지탱할 것으로 LPL은 예상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