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러시아 우주선이 일으킨 냉각수 유출 사고의 원인으로 우주 쓰레기(space debris)가 지목됐다. 우주 쓰레기는 폐기된 채 우주 공간을 떠도는 인공위성이나 우주선의 잔해가 주를 이루는데, 우주개발 열기가 과거 어느 때보다 뜨거운 요즘 더욱 관심을 받고 있다.

우주 쓰레기가 존재하는 구역은 지구의 주회 궤도다. 각국이 쏘아 올린 인공위성과 로켓이 수없이 존재하는 지구 주회 궤도에는 역할을 마치고 불필요해진 인공물들의 파편, 즉 우주 쓰레기가 널려 있다.

해마다 증가 일로를 걸어온 우주 쓰레기는 그만큼 지구에 낙하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최근 통제 불능 상태로 대기권에 재진입한 중국 ‘창정 5B’ 호와 호주에서 발견된 스페이스X 우주선 ‘크루-1’의 부품이 대표적이다. ISS는 지난해 무려 2.9t에 달하는 SUV 크기의 쓰레기를 우주 공간에 배출해 논란이 일었다.

우주 쓰레기가 야기하는 엄청난 사태를 그린 '그래비티' <사진=영화 '그래비티' 메인 포스터>

런던 자연사 박물관에 따르면 인공위성에서 배출한 물질과 우주선 발사 중 떨어져 나간 부품 등 지구 주회 궤도에는 현재 최소 1억3000만 개의 파편이 떠다니고 있다. 이 중 크기가 10㎝ 이상인 것은 3만5000개나 되고, 나머지는 이보다 작은 미세 우주 쓰레기다.

이처럼 우주 쓰레기가 많지만 실제 지구상의 사람이 맞을 확률은 극히 낮다. 호주 서던퀸즐랜드대학교 항공우주학 연구팀 조사에 따르면 지구상의 육지 중 인간이 사는 지역은 불과 약 20%인 점, 로켓이나 위성의 경로가 제각각인 점 등을 모두 고려하면 우주 쓰레기가 1만 회 낙하할 때 한 명이 맞는 수준이다.

실제로 지금까지 우주 쓰레기에 맞은 사람은 단 한 명이다. 1997년 미국 오클라호마 주에 살던 로티 윌리엄스 씨는 우주에서 떨어진 파편에 어깨를 맞았다. 손바닥 정도로 큰 파편이었는데 다행히 목숨을 잃지는 않았다. 이를 수거한 미 항공우주국(NASA)은 ‘델타’ 로켓의 부품으로 결론 내렸다.

아주 작은 페인트 조각이 ISS의 창문에 낸 흔적 <사진=NASA 공식 홈페이지>

우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우주개발 업체나 NASA 같은 기관도 노력은 한다. 스페이스X의 경우 위성이 지구 대기권에 재진입할 때 모두 소실되도록 설계하지만 개발자들 의도대로 쓰레기가 아예 발생하지 않는 경우는 사실 드물다.

사람이 맞을 확률이 낮아도 우주 쓰레기는 위험천만하다. 지구상의 사람들 입장에서는 낙하 위치를 예측하는 것이 상당히 어렵다. 비행사나 이들을 태운 우주선, ISS 등 우주 공간에 머무는 시설의 경우 우주 쓰레기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지난 2016년 ISS의 유리창에 0.6㎝의 상처를 낸 우주 쓰레기는 어이없게도 우주선에서 떨어져 나온 페인트 조각이었다. 지름이 고작 수천 분의 1㎜ 밖에 안 되는 점에서 우주 쓰레기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다. 영화 ‘그래비티’에서 우주 쓰레기들이 엄청난 속도로 우주인들을 덮치는 장면이 생생한데, 그 속도는 무려 총알의 10배에 달한다.

NASA의 차세대 로켓 스페이스 론치 시스템(SLS)의 비행 상상도. 우주에 버려진 로켓이나 위성의 잔해나 떨어져 나간 부품, 심지어 벗겨진 페인트 조각이 모두 우주 쓰레기가 될 수 있다. <사진=NASA 공식 홈페이지>

전 세계 기업과 우주 기관들이 앞으로 더 많은 로켓과 위성을 발사할 것임은 틀림없다. 때문에 학자들은 우주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놓고 있다. 영국은 진공청소기처럼 쓰레기를 빨아들이는 ‘엔드 오브 라이브 서비스(End-of-Life Service)’를 선보였다. 러시아는 끈적끈적한 거품으로 쓰레기를 달라붙게 하는 ‘폼 브레이커스 캐처(Foam Breakers Catcher)’를 개발 중이다.

미국 애리조나대학교 천문학자 비슈누 레디 박사는 “아무리 기술이 발달해 해결책이 나온다고 해도 우주 쓰레기가 너무 많아지면 위성이나 우주선 궤도 비행이 위험해질 수 있다”며 “이 때문에 우리가 우주에 접근할 수 없다면 통신이나 날씨, 방송 등 이미 많은 것을 우주 공간에 의존하는 우리 문명은 후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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