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ADHD)를 객관적으로 진단하는 가상현실(VR) 게임이 개발됐다. 그간 ADHD는 확립된 의학적 검사가 없어 의사의 문진과 행동 관찰, 심리검사 등이 종합적으로 이뤄졌지만 모호한 판단이 적잖아 논란이 계속됐다.

핀란드 알토대학교는 27일 유튜브 공식 채널을 통해 헬싱키대학교와 공동으로 제작한 VR 게임 ‘EPELI(Executive Performance in Everyday Living)’를 소개했다.

‘EPELI’는 평범한 일상생활을 대리 체험할 수 있는 VR 게임이다. 플레이어는 가상 세계에서 양치질을 하거나 바나나를 먹는데, 그 와중에 TV가 켜지는 등 정신을 빼앗는 일이 종종 일어난다. 플레이어는 이런 일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주어진 임무를 완수해야 한다.

VR 게임 'EPELI'는 ADHD를 가진 사람의 시선 패턴을 분석해 질병의 유무를 객관적으로 판단한다. <사진=알토대학교 유튜브 공식 채널 영상 'EPELI - Virtual reality game to objectively quantify ADHD symptoms' 캡처>

이 게임은 ADHD 아동에게서 관찰되는 특유의 시선 패턴에서 착안해 개발됐다. 연구팀 관계자는 “ADHD 어린이 37명과 그렇지 않은 어린이 36명을 동원해 실험한 결과, ADHD 아동들은 배경에 있는 사물을 오래 바라보거나 한 장소에서 다른 곳으로 시선을 휙 옮기는 등 특유의 패턴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두 대학교 연구팀은 ‘EPELI’와 함께 ‘슛 더 타깃(Shoot the Target)’이라는 VR 게임도 개발했다. 가상세계 속에 있는 물체를 발견하고 그것을 쏘는 게임이다. VR 장비의 아이트래킹 기능을 통해 플레이어의 시선 움직임이 실시간 모니터링된다. 눈의 움직임에 ADHD 특유의 패턴이라는 것이 확인되면 질병을 객관적으로 진단할 수 있다.

연구팀은 게임 플레이를 통해 ADHD 어린이 특유의 시선 패턴을 충분히 특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ADHD를 지금보다 한층 객관적으로 구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ADHD 아동들은 특유의 시선 패턴을 가지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pixabay>

연구팀 관계자는 “ADHD를 가진 사람들의 시선 처리는 뇌의 기능적 특징이 반영된 결과”라며 “미국에서는 이미 비디오 게임을 사용한 치료법이 2020년 정식 승인돼 일정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 게임은 아이들에게 거부감이 덜해 기존 검사보다 참여하려는 의지도 높여준다”고 전했다.

ADHD는 부주의 및 다동·충동성을 주된 특징으로 하는 발달장애의 일종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전 세계 초등학생의 약 3~7%, 성인의 약 2.5%가 ADHD에 해당한다.

연구팀은 VR 게임을 이용한 질병 진단법을 체계적으로 연구하면 자폐증이나 언어장애, 뇌 손상, 성인들의 ADHD, 심지어 파킨슨병이나 알츠하이머병에도 응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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