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서사시 일리아스에서 단서를 얻은 학자들이 그리스 연안에 침몰한 난파선을 여럿 발굴해 분석이 한창이다. 신들과 영웅이 개입한 트로이 전쟁을 담은 일리아스는 고대 그리스 시인 호메로스의 작품으로 여겨진다.

그리스 문화부는 3일 공식 채널을 통해 일리아스의 내용에서 단서를 얻어 지난해 10월 찾아낸 고대 난파선들을 현재 역사학자와 고고학자들이 조사 중이라고 발표했다.

난파선에서 발견된 물건 중에는 스페인 인장이 찍힌 고대 그리스·로마의 항아리 암포라를 비롯해 북아프리카에서 제조한 도자기, 목이 길쭉한 유리병 등이 포함됐다. 이런 점에서 선박 대부분은 해외를 오간 교역선으로 추측된다.

일리아스에서 단서를 얻어 발견한 고대 난파선 <사진=그리스 문화부 공식 홈페이지>

그리스 역사학자들은 2019년부터 역사적 사료를 이용해 난파선을 찾는 프로젝트를 이어왔다. 일리아스의 내용을 토대로 도데카네스 제도에 걸친 카소스 섬 주변을 탐색한 이들은 침몰한 고대 그리스 목조선 등 선박 10척을 발견했다.

문화부 관계자는 "다양한 사료 중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였다"며 "기록 중에는 카소스 섬이 트로이 전쟁에서 군사적인 주요 거점이라는 언급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발견된 배들은 기원전 3000년, 기원전 450년, 로마시대, 중세, 오스만제국 시대 등 연대가 제각각"이라며 "난파선 한 척은 금속 부품을 사용한 20~30m의 목조선인데, 연대 측정 결과 금속은 제2차 세계대전 무렵의 것으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2019년 시작한 발굴 프로젝트 결과 빛을 보게 된 난파선은 기원전 3000년 것부터 2차 세계대전 당시 것까지 다양하다. <사진=그리스 문화부 공식 홈페이지>

이번 발견은 역사적 자료와 과학기술을 더해 이뤄진 점에서 학계가 주목했다. 그리스 문화부는  고문서들을 통해 배의 위치를 대략 특정하고, 수중 드론 촬영 및 소나를 이용해 해당 해역을 면밀히 조사했다. 이를 통해 원래 목표였던 고대 그리스 목조선은 물론, 다양한 시대의 배들이 한꺼번에 햇빛을 보게 됐다.

이번 프로젝트는 '에게 해의 역사 속으로(Diving into the History of the Aegean)'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 영화로도 제작됐다. 이 작품은 여러 국제 영화제에 출품될 예정이다.

그리스 신화에 트로이 전쟁사를 덧댄 일리아스는 아킬레우스의 분노부터 일리아스의 영웅 헥토르의 장례식까지 묘사했다. 그리스 서사시 중에서 가장 오래된 작품으로 유명하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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