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대규모 자기 역전 현상을 과학자들이 소리로 재현해 눈길을 끈다. 천체물리학자들은 4만1000년 전 지자기가 역전되면서 지구 자기 장벽 기능이 크게 약화되고 막대한 우주선이 지구 대기권에 흘러든 것으로 여겨왔다.

유럽우주국(ESA)은 17일 공식 SNS를 통해 덴마크공과대학교(TUD) 등 연구팀이 재현한 지자기 역전 현상의 소리 샘플을 소개했다. 라샹 이벤트(Laschamp event)라고 불리는 이 대규모 지자기 역전은 프랑스 중앙고지의 용암류에서 감지된 자기 이상 현상을 통해 파악됐다.

TUD 관계자는 "ESA의 지자기 관측 위성 스웜(SWARM)이 모은 데이터를 기초로 미스터리한 라샹 이벤트를 최초로 음성화했다"며 "막상 완성하고 보니 미스터리하고 상당히 불안감을 야기하는 소리"라고 설명했다.

라샹 이벤트를 아티스트가 재현한 상상도 <사진=ESA 공식 홈페이지>

이어 "스웜 위성의 데이터를 이용, 4만 년 전의 자력선을 매핑하고 이를 가시화했다"며 "여기에 나무가 삐걱거리거나 돌이 굴러가는 자연의 소리를 덧붙여 음악을 연주하듯 데이터를 소리로 표현했다"고 전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4만2200~4만1500년 전 지구의 자기의 극이 45°나 이동했다. 이처럼 지구 자기장의 방향이나 강도가 일시적으로 격변하는 현상은 1960년대 처음 확인된 이래 많은 연구가 진행돼 왔다.

학계는 라샹 이벤트 당시 지자기가 단숨에 약화해 현재의 약 5% 수준까지 떨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지자기는 우주로부터 쏟아지는 방사선을 막는 장벽 기능을 하기 때문에 당시 생물들은 엄청난 영향을 받은 것으로 생각된다.

이번 연구에 중요 정보를 제공한 스웜 위성은 총 3대로 지구의 핵과 맨틀, 지각, 해양은 물론 전리권이나 자기권에서 발생하는 신호를 계측해 지자기 역전 현상, 지구 내부 운동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데이터나 정보를 소리로 변환하는 기술을 소니피케이션(sonification)이라고 한다. 연구팀은 라샹 이벤트를 음성화한 초기 버전을 코펜하겐 광장에서 라이브로 공연했다. 당시 사용된 스피커만 32대로 많은 사람들이 관련 연구에 관심을 보였다.

소니피케이션의 대표적인 예는 더 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아름다운 나비 날개를 닮은 일명 나비성운(Butterfly Nebula)을 소리로 변환한 영상을 2021년 공개했다. NASA는 허블우주망원경이 2003~2004년 얻은 1만여 개의 은하 이미지를 활용, 빛과 소리로 표현한 허블 울트라 딥 필드(the Hubble Ultra-Deep Field)도 제작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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