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균을 육성하는 방식으로 작동하는 스마트 워치가 등장했다. 살아있는 점균에 양분을 제공하면서 사용하는 스마트 워치는 미래 동력원의 방향을 제시하는 동시에 가전제품을 쉽게 버리는 세태에 변화를 줄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시카고대학교 연구팀은 13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점균으로 움직이는 '다마고치' 형태의 스마트 워치를 소개했다.

연구팀은 멀쩡한 전자기기가 버려지는 것이 사용자의 애착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 보다 애정을 쏟을 수 있는 장치를 고안했다.

이런 고민에서 탄생한 점균 스마트 워치는 여러모로 신선하다. 살아있는 점균이 열심히 움직여 배터리 없이 스마트 워치가 작동된다. 사용자가 점균에 일정량 양분과 물을 꾸준히 제공해야 하므로 일본 반다이의 육성 게임기 '다마고치'를 떠올리게 한다.

밴드 부분에 점균을 넣어 육성하는 스마트 워치 <사진=시카고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연구팀에 따르면 2019년에만 전 세계에서 멀쩡한 전자제품이 버려지면서 폐가전은 역대 최고인 5360만t이나 발생했다. 이는 불과 5년 사이에 21%나 증가한 수치다.

진균은 아메바류에 속하는 단세포 생물체지만 엄연히 진핵생물이다. 연구팀은 진균에 먹이를 주며 사용자가 유대감을 키울 수 있고, 애착이 생긴 스마트 워치를 쉽게 버릴 수 없다는 점을 매력으로 꼽았다.

연구팀 관계자는 "아무리 기계라도 인간과 동물 사이에 싹트는 유대감 같은 것을 유발한다면 쉽게 버리지 못할 것"이라며 "사람과 기계의 관계를 지금까지와 다르게 만드는 이번 연구는 사용자가 보다 책임감을 갖게 하고, 기계가 쉽게 버려지는 것을 막아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점균 스마트 워치는 밴드 부분에 투명한 케이스가 장착돼 있다. 케이스는 좁은 터널 같은 구조로, 양쪽 끝에 작은 공간이 하나씩 있다. 공간 한쪽에는 '황색망사점균(Physarum polycephalum)을 넣었다.

멀쩡한데도 유행이 지났다며 버려지는 컴퓨터나 스마트폰 등 가전제품이 늘고 있다. <사진=pixabay>

연구팀 관계자는 "스마트 워치를 움직이려면 점균에 물과 양분을 주고 키워야 한다"며 "영양분을 공급받은 점균은 쑥쑥 자라 공간에서 터널로 뻗어 공간으로 도달한다. 이 과정에서 점균의 체내에 전기가 흘러 살아있는 전자 회로 기능을 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 스마트 워치에 내장된 심박 모니터는 살아있는 점균 전자 회로로 작동한다. 연구팀은 점균 회로에 의해 사용자가 심박수를 모니터링하는 것은 다른 생명체의 도움으로 본인 몸 상태를 확인하는 가치 있는 활동이라고 강조했다.

점균 스마트 워치는 과연 연구팀 의도대로 사용자들과 유대감을 형성했을까. 연구팀은 피실험자 5명에게 약 2주간 점균 스마트워치를 차게 했다. 처음 일주일은 먹이를 주고 점균을 제대로 돌보게 했다. 2주차가 되면 돌봄을 멈추라고 강제했다. 이 과정에서 피실험자들의 행동과 심리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관찰했다.

실험 참가자 상당수는 심적 괴로움을 토로했다. 곰팡이와 헷갈릴 정도로 작고 보잘것없는 점균이지만 유대감이 싹튼 것으로 연구팀은 결론 내렸다.

폐가전은 수거 및 재처리 등에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 <사진=pixabay>

연구팀 관계자는 "피실험자들은 점균과 유대가 다마고치 같은 디지털 반려동물보다 훨씬 강했다고 털어놨다"며 "심지어 진짜 반려동물과 관계에 가까운 끈끈한 유대감을 느낀 피실험자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은 보통 어떤 목적에 따라 전자기기를 사용한다. 이는 일방적이지만, 점균 스마트 워치는 먼저 기기를 잘 돌봐야 하기 때문에 양방향으로 관계성을 느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수도 없이 버려지는 멀쩡한 전자기기의 수를 줄이기 위해 이번 실험이 가치가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기계에 대한 사용자의 배려심을 키우고, 유대감도 만들어주는 기기야말로 폐가전을 줄일 미래지향적 아이디어라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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