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악의 한파가 몰아친 미국의 체감 온도가 사상 최저 기록을 갈아치웠다. 미국은 한국과 달리 체감 온도에 보다 중점을 두는데, '윈드 칠(wind chill)'이라는 독특한 기준으로 한겨울 추위를 가늠한다.

미국 기상청은 4일 공식 채널을 통해 워싱턴 산의 원드 칠이 관측 사상 가장 낮은 영하 78℃까지 떨어졌다고 발표했다.

미국의 윈드 칠이 사상 최저로 떨어진 건 지난 3일이다. 이날 북동부 뉴햄프셔 주의 해발 1917m 워싱턴 산의 실제 기온은 영하 43℃였는데, 최대 풍속이 초당 49m를 넘으면서 윈드 칠이 영하 78℃에 달했다. 지금까지 미국에서 기록된 가장 낮은 윈드 칠은 영하 75℃였다.

체감 온도가 떨어지는 곳에서는 짧은 시간에 동상에 걸릴 수 있다. <사진=pixabay>

추운 겨울 사람이 느끼는 체감온도는 풍속이 1m 증가할 때마다 1℃ 내려간다. 우리나라나 일본은 이런 공식을 바탕으로 대략적인 체감 온도를 산출하는데, 미국은 윈드 칠이라는 보다 복잡한 공식을 적용한다.

윈드 칠의 개념을 만든 것은 미국의 남극 탐험가 폴 사이플과 찰스 파셀이다. 이들은 1940년대 플라스틱 대야에 물을 담고 얼음이 얼 때까지 시간을 측정했다. 이 과정에서 바람이 강할수록 물이 빨리 어는 사실을 알아냈다. 둘은 이를 사람에게 적용, 바람이 강할수록 몸의 열이 빨리 빼앗겨 춥게 느껴지는 윈드 칠 개념을 확립했다.

기상청은 사상 유례없는 윈드 칠이 기록된 만큼 한파에 각별히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현지 기상 학자들은 일반적으로 윈드 칠이 영하 45℃일 때 야외에서는 단 5분 만에 동상에 걸린다고 경고했다.

1917m 워싱턴 산정의 팻말. 여기 세워진 천문대의 본업은 천체 관측이지만 최악의 한파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사진=워싱턴산 천문대 공식 홈페이지>

미국이 윈드 칠을 중요시하는 것은 체감 온도에 따른 동상을 막고, 나아가 동사를 예방하기 위해서다. 일반적으로 윈드 칠이 영하 30℃, 영하 35℃, 영하 45℃에 달하면 각각 30분, 10분, 5분 만에 동상에 걸릴 수 있다. 매년 이맘때 북미의 일기 예보를 보면 실제 기온보다 윈드 칠을 훨씬 많이 거론한다.

참고로 역대 가장 낮은 윈드 칠을 기록한 워싱턴 산은 한파가 몰아치기로 악명 높은 곳이다. 이곳에 세워진 천문대(Mount Washington Observatory)는 홈페이지를 통해 한파 정보를 시시각각 제공하는데, 5일 현재 접속자가 몰리면서 서비스가 지연되고 있다.

한파 체험 프로그램까지 운영하는 워싱턴 산 천문대는 워낙 추운 곳에 있다 보니 'Home of the World's Worst Weather Live', 즉 '날씨가 지구촌에서 가장 안 좋은 곳'이라는 재미있는 슬로건을 내세우고 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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