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독성이 강한 버섯이 미국에 증식해 비상이 걸렸다. 캘리포니아 주정부가 긴급 주의보를 발령할 수준인데, 학자들은 맹독버섯이 증식한 이유를 분석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21일 공식 SNS를 통해 맹독버섯 팔로이드(학명 Amanita phalloides)가 최근 이상 증식해 시민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팔로이드는 적혈구를 파괴하는 용혈소와 세포질을 죽이는 원형질독을 가진 맹독버섯이다. 버섯에 든 독성 물질 중 하나인 아마니틴은 처음에는 아무런 증상이 없지만 심장과 간, 신장 등 주요 장기의 새로운 단백질을 만드는 효소를 망가뜨린다. 

얌전한 겉모습과 달리 치명적인 독성을 가진 팔로이드 버섯 <사진=pixabay>

이 영향으로 장기 세포들이 죽어나가기를 24시간 계속하면 사람은 콜레라에 걸린 것처럼 심한 메스꺼움이나 설사에 시달린다. 이후 장기 기능이 급격히 떨어지고 결국 사망에 이르는데, 그 확률은 최대 90%다. 현재 해독제도 없어 체력이 버텨 살거나 대증요법에 의지해 목숨을 부지하는 경우가 간혹 있을 뿐이다. 교황 클레멘스 7세가 1534년 이 버섯을 먹고 죽은 일화가 유명하다.

세계에서 가장 유독한 버섯으로 기네스북에도 오른 팔로이드는 현재 캘리포니아 주 곳곳에 대량 증식하며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학자들에 따르면 원래 팔로이드 버섯은 유럽참나무 뿌리에 기생해 사는 외생균근균으로, 19세기 말  포자가 붙은 나무가 미국에 대량 수입되면서 북미 대륙에 처음 퍼졌다. 1938년 캘리포니아 주의 유명 호텔 관엽식물 뿌리에 기생한 팔로이드 버섯이 확인되기도 했다.

미국 위스콘신대학교 등 공동 연구팀은 새로운 연구에서 팔로이드 버섯이 맹독성일 뿐만 아니라 무성생식으로 자신을 복제하고 일종의 군단을 만들어 새로운 지역에 확산한다고 밝혔다. 최근에 캘리포니아에서 이상 증식하는 것은 속도가 빠른 무성생식이라는 게 연구팀 주장이다.

팔로이드 버섯의 맹독에 목숨을 잃은 교황 클레멘스 7세 <사진=이탈리아 카포디몬테 미술관 공식 홈페이지>

연구팀 관계자는 "현재 캘리포니아의 팔로이드 버섯은 소나무나 너도밤나무 등으로 점점 퍼져 원산지인 유럽보다 더 많이 볼 수 있다"며 "외생균근균 일부가 엄청난 확산세를 보여주기는 하지만 팔로이드는 전례가 드물어 원인 파악에 애를 먹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유력한 설은 복제에 따른 클론 군단 형성"이라며 "팔로이드 버섯의 유전자 분석에서 무성생식, 즉 자신의 복제품을 만들어 늘어난 사실을 파악했다. 캘리포니아에서 채취한 팔로이드 버섯은 모두 똑같은 유전자를 갖고 있어 혼자 17~30년은 거뜬히 증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다만 뉴저지와 뉴욕에 자라는 팔로이드 버섯의 경우 무성생식하지 않는 점은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 버섯이 평소 유성생식을 하다 낯선 환경에서 무성생식으로 전환, 빠르게 클론 군단을 양산한다는 게 현재 연구팀이 내린 임시 결론이다.

이윤서 기자 lys@spunt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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