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최악의 원자력발전소 폭발사고가 일어난 체르노빌의 예쁜꼬마선충이 방사선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뉴욕대학교 생물학 연구팀은 최근 이런 내용을 담은 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소비에트 연방 시절인 1986년 4월 26일 발생한 체르노빌 원전 폭발 사고는 엄청난 인적·물적 피해를 야기했는데, 발전소 주변 약 30㎞ 이내가 출입금지구역으로 설정돼 현재도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다.

연구팀은 40년 가까이 사람의 발길이 끊긴 체르노빌 출입금지구역 내부의 생태계 조사를 위해 가이거 계수기로 방사선을 측정했다. 출입금지구역의 방사선량은 연간 2mSv(밀리시버트)에서 4786mSv로 확인됐다. 구역 내 237개 토양 샘플에서 예쁜꼬마선충을 채취한 연구팀은 최종적으로 298개의 선충 배양에 성공했다.

체르노빌 출입금지구역에서 채취한 예쁜꼬마선충. 방사선 피폭과 DNA 및 유전자 변이와 상관관계가 나타나지 않았다. <사진=소피아 틴토리>

뉴욕대 소피아 틴토리 연구원은 "체르노빌에서 채취한 선충 15마리와 다른 국가에서 채취한 같은 종류의 선충 5마리의 게놈을 상세하게 해독했다"며 "비교 분석 결과 채취 장소의 방사선 수준과 돌연변이가 될 비율 사이에 상관관계가 없었고 염색체의 대규모 재배열도 관찰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어 DNA나 유전자에 변이를 일으키는 3개 변이원을 이용해 선충 집단의 성장 속도를 측정했다"며 "이 실험에서는 각 계통에서 변이원에 대한 내성에 차이가 나타났지만, 그 차이는 채취 장소의 방사선 수준과 무관했다"고 덧붙였다.

1986년 발생한 체르노빌 원전 폭발사고는 구소련 체제가 붕괴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사진=pixabay>

연구팀은 이번 실험을 통해 체르노빌 선충은 다른 지역의 선충과 비교해 특별한 내성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결론 내렸다. 연구팀은 이런 종류의 선충은 오히려 원래 가지고 있던 유전적 다양성으로 인해 높은 방사선 환경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추측했다.

틴토리 연구원은 "DNA 손상에 대한 감수성이 다른 선충 계통은 향후 암 연구에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며 "왜 특정 개체가 다른 것보다 DNA 손상에 내성이 있는지, 또는 감수성이 높은지 이해하게 된다면 인간의 암 감수성의 차이를 이해하는 단서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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