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개발 열기가 갈수록 뜨거워지면서 조만간 인류가 행성 이주에 나서리라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사람이 지구를 떠나 우주 공간에 터전을 잡게 되면 지금과 삶의 방식이 판이하게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학자들은 자원이 한정된 우주 공간에서 사람이 죽을 경우 어떻게 처리할지 고심하고 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1969년 7월 인류가 최초로 달 표면에 안착한 이래 이 문제를 연구하고 있다. 지구 외의 행성 거주를 위해 꼭 필요한 이런 연구는 우주 미션 도중 목숨을 잃은 동료를 처리하기 위해 먼저 시작됐다.

NASA는 지금껏 다양한 우주 미션을 진행하며 우주비행사 14명을 포함, 총 18명의 대원을 잃었다. 우주 공간의 시신 처리의 중요성을 떠올린 NASA는 인류가 다른 행성에서 살게 될 미래에 적용 가능한 효율적인 방법을 고안 중이다. 이는 향후 우주 거주 시대의 '우주장'으로 정착할 가능성도 있다.

미지의 우주 공간은 생명을 위협하는 다양한 요소로 가득하다. 학자들은 우주비행이 아직 인류가 모르는 다양한 위험을 품고 있으며, 언제 어떤 치명적인 상황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입장이다.

지구와 환경이 전혀 다른 우주에서는 실로 다양한 원인으로 사람이 죽을 수 있다. <사진=pixabay>

사람이 우주에서 사람이 당하면 질식이나 감압으로 죽을 가능성이 크다. 몸이 공기로 가득 찬 풍선처럼 팽창하고, 약 10초 동안 우주의 진공에 노출되면 피부와 혈액 속의 수분이 죄다 증발할 것으로 학자들은 보고 있다. 폐는 붕괴 수준으로 망가지고, 단 30초 만에 호흡이 정지될 수 있다.

이런 위험에도 NASA는 우주비행사 훈련에서 동료의 시신을 처리하는 방법은 가르치지 않는다. 훈련생들은 사람을 구하기 위한 방대한 의학 지식을 쌓고 훈련도 열심히 받지만, 만약의 사고로 발생한 시신을 어떻게 다루는지 알지 못한다.

물론 NASA는 뜻밖의 사고로 인한 죽음에 대한 연구는 진행 중이다. 비상사태로 벌어지는 죽음에 대한 계획은 현재 없지만, 연구는 하고 있다. 이미 2005년 친환경 장례로 유명한 스웨덴 프로메사 오가닉 사에 관련 조사를 의뢰했고, '시신 회수(The Body Back)'으로 명명된 프로젝트도 진행했다.

스웨덴 친환경 장례 솔루션 업체 프로메사 오가닉의 설립자이자 생물학자인 Susanne Wiigh-Mäsak 박사. 빙장을 고안한 인물이다. <사진=프로메사 오가닉 공식 페이스북>

이 프로젝트는 가장 보편적인 화장 대신 우주에서 동결된 시신을 분쇄하는 방법, 즉 빙장을 담고 있다. 빙장은 이미 미국의 일부 주에서도 채택한 친환경 장례로, 시신을 급속도로 얼려 모래알처럼 작게 조각낸다. 빙장은 엄청난 연료를 들여 고온에서 시신을 태우는 화장에 비해 자원을 적게 쓰고 환경에도 악영향을 주지 않는다. NASA는 시신을 용해하는 수장이나 흙으로 돌려보내는 퇴비장도 고려하고 있다.

NASA 관계자는 "빙장의 경우, 지구에서는 액체 질소를 이용해 시신을 얼리지만 우주에서는 로봇 팔이 시신이 든 가방을 우주선 밖으로 빼내면 그만"이라며 "시신은 한 시간 동안 우주 공간에 머물고, 로봇 팔이 진동하면 산산이 분쇄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과정에 따라 이론적으로 약 90㎏의 우주비행사를 약 20㎏의 덩어리로 압축할 수 있다. 즉각 우주 공간에 뿌리거나 국제우주정거장(ISS) 같은 곳에 수년간 보관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뜻밖의 사고로 화성에 홀로 남은 마크 와트니는 자신의 분변을 이용해 감자를 재배한다. <사진=영화 '마션' 스틸>

화성 같은 지구 외 행성에 시신을 매장하는 방법도 고려된다. 화성 표면에 영안실이 있을 리 없고, 우주선은 보통 남는 공간이 부족해 매장은 현실적인 시신 처리법 중 하나다. 시신을 연고가 있는 지구로 보내는 데는 막대한 비용이 들고, 오염 등 잠재적 위험도 존재한다.

극단적인 생각 같지만, 우주에서 사고나 자연사로 발생한 시신을 자원으로 활용하는 방법도 적극 연구되고 있다. 우주 공간은 지구와 달리 자원이 아주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영화 '마션'에서 화성에 홀로 남은 비행사 마크 와트니(맷 데이먼)는 자신의 배설물로 감자를 키워 연명한다. 시신이라면 더 많은 양분을 가졌으므로, 동결 건조해 분해하기보다는 식물을 재배할 양분으로 활용하자는 학자도 적잖다.

반세기 만에 유인 달 탐사 '아르테미스' 계획을 실행 중인 NASA는 오는 2040년대에는 화성에도 우주비행사를 보낼 계획이다. 이 무렵에는 우주에서 시신을 처리하는 방법이 보다 구체화돼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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