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자를 기절시켜 일시적으로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남성용 피임약이 개발되고 있다. 정자를 죽이는 기존 피임약보다 간편하고 부작용도 없다는 게 개발자 주장인데, 남성 피임약이 연구만 됐지 실제 등장한 전례는 드물어 귀추가 주목된다.

미국 코넬대학교 의과대학교 연구팀은 14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복용 후 1시간 뒤에 피임 효과를 발휘하고 다음 날 약효가 완전히 사라지는 부작용 없는 남성용 피임약을 개발 중이라고 전했다.

연구팀은 지금까지 피임약이 주로 여성에 초점을 맞췄고, 남성의 경우 콘돔을 대신할 먹는 피임약이 딱히 없다는 점에 주목했다. 남성의 신체에 악영향을 거의 주지 않는 방법을 고민하던 연구팀은 정자를 기절시키는 아이디어를 짜냈다.

이 피임약은 정자의 활동 스위치 역할을 하는 가용성 아데닐산 고리화효소(SAC)에 바로 작용한다. 약의 영향으로 활동 스위치가 꺼진 정자는 일시적으로 마비돼 움직이지 못한다.

남성들을 대상으로 한 피임약 연구는 있지만 제대로 완성된 약은 없다. <사진=pixabay>

실험 관계자는 “쥐 실험에서 피임약을 투여한 지 30분에서 1시간 정도 지나면 정자가 움직이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현재 쥐 실험에 성공했을 뿐이지만 몇 년만 지나면 남성은 새로운 피임 선택지를 얻게 될지도 모른다”고 전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새 피임약의 효과는 투약 후 2시간이 지난 시점까지 100%를 유지한다. 3시간이 지나면 약효는 91%로 떨어지며, 24시간 후 정자는 원래대로 움직일 수 있다. 즉 간편하고 필요할 때만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에 사용자로서 부담이 덜하다.

최근 다양한 남성용 피임약 개발이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 실용화에 이른 것은 드물다. 연구팀은 3년 안에 이 피임약의 인체 실험을 완료하고, 8년 안에는 제품화한다는 계획이다. 

실험 관계자는 “쥐 실험에서 부작용은 전혀 없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과거 연구에서 SAC 효소에 문제가 있는 남성은 신장 결석에 걸리기 쉬운 것으로 나타났다”며 “혹시 모를 부작용을 모두 체크하기 위해서는 장기간 인체 실험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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