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에 노출되면 색이 변화하는 신비로운 광석 비비아나이트(vivianite). 쉽게 얻을 수 없는 이 귀한 광석은 놀랍게도 인간이나 동물의 시신을 재료로 형성되기도 한다.  

남철석이라고도 하는 비비아나이트는 진청색 또는 녹청색의 아름다운 광물로 유명하다. 다만 부패한 시신에서 만들어진다고 해서 '네크로 크리스털(necro crystal)'이라는 섬뜩한 별명을 갖고 있다.

비비아나이트는 화석이나 동물 배설물, 특히 썩은 나무나 동물의 뼈 등 유기물과 철분이 풍부한 퇴적물에서 만들어진다. 아주 드물기는 하지만 심지어 인간의 시신 위에서 형성되기도 한다. 

'시체의 크리스털'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비비아나이트(남철석) <사진=UNRScience 유튜브 공식 채널 영상 'Mineral Monday: Vivianite' 캡처>

이 광물이 시신에서 만들어지는 비밀은 철과 물, 인산염의 상호작용이다. 사람이나 동물의 치아, 뼈에는 인산염이 많다. 시신이 썩기 시작하면 인산염이 주위로 새어 나오는데, 거기에 우연히 철과 물이 있다면 이것들이 반응해 비비아나이트가 생길 수 있다.

시체로 말미암은 비비아나이트는 대부분 매장된 지 수백 년 지난 시신의 뼈나 치아 위에서 발견된다. 훨씬 오래된 수천 년 전 매머드의 송곳니 등에서 비비아나이트가 확인된 경우도 있다.

인간의 시체와 관련된 비비아나이트 발견 사례는 몇 있다. 1960년대 독일 발헨 호수에서 시신 여러 구가 인양됐는데, 분석 결과 시신들은 30~50년간 호수에 잠겨 있었다. 조사 과정에서 일부 시신에 비비아나이트가 형성돼 있었다. 학자들은 망자들이 지닌 철조각의 이온이 인체의 인산염과 반응하면서 단기간에 비비아나이트가 형성된 것으로 생각했다.

땅이나 물 속에서 백색을 띠는 비비아나이트는 공기와 접촉하면서 산화, 녹청색으로 변한다. <사진=Crystal and Minerals 유튜브 공식 채널 영상 'Emerald Green, Sapphire Blue, Twin VIVIANITE Specimen, Herja Mine, Romania from Crystal & Minerals' 캡처>

1998년에는 베트남전 당시 전사한 미군 병사의 시신에서 비비아나이트가 나왔다. 1963년 베트남에서 실종된 폭격기 B-26B의 승무원으로, 기체와 함께 습기를 머금은 흙에 파묻히면서 비비아나이트가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1991년 알프스에서는 5300년 전 죽어 냉동된 고대인의 시신이 발견됐다. 피부 안팎과 폐 조직에서 비비아나이트가 발견됐다. 철을 포함한 암석에 닿았던 부분에 비비아나이트가 형성된 것으로 학자들은 결론 내렸다. 

비비아나이트라는 이름은 1817년 이 광물을 처음 발견한 영국 학자 존 헨리 비비안에서 비롯됐다. 결정이 매우 약해 주의가 필요하며, 땅 속에 있을 때는 투명하거나 연한 흰색을 띠지만 공기에 닿으면 산화돼 진청색이나 녹청색으로 변한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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