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년 전 만들어진 고대 메소포타미아 점토판과 벽돌을 통해 지구 자기장이 짧은 기간 급격히 변화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번 연구는 지자기를 이용한 연대 측정법의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학계 관심이 쏠렸다.

이스라엘 텔아비브대학교가 포함된 국제 연구팀은 18일 공개한 조사 보고서에서 3000년 전 벌어진 지자기 이상을 입증해 준 메소포타미아 점토판 및 벽돌 등 유물을 소개했다.

점토판과 벽돌은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바빌론 공중정원으로 유명한 네부카드네자르(느부갓네살) 2세 치세에 만들어졌다. 연구팀은 이런 사실을 점토판과 벽돌에 포함된 산화철을 분석해 알아냈다.

네부카드네자르 2세 치세에 만들어진 벽돌. 산화철 분석을 통해 당시 지구 자기가 짧은 기간에 급변한 사실이 드러났다. <사진=슬리마니 박물관 공식 홈페이지>

연구팀 관계자는 "고대 메소포타미아 유적에서 출토된 점토판·벽돌 32점의 연대를 특정한 열쇠는 유물에 남은 지자기 지문"이라며 "지구 자기장의 세기는 점토를 구울 때 산화철에 새겨지므로 벽돌의 깨진 면에서 작은 파편을 깎아내 자력계로 측정하면 연대를 알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각 유물에는 메소포타미아 왕 12명의 이름이 새겨졌다"며 "이미 밝혀진 각 왕들의 통치 기간에 지자기 측정 결과를 더하면 각 시대에 지구 자기장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파악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번 조사에서 철기시대 레반트(지중해 동부 연안 지역)에서 뚜렷한 지자기 이상이 드러났다. 연구팀 관계자는 "기원전 1050~550년경 레반트 지역에서 일어난 원인불명의 지자기 변화는 멀리 중국의 고문서에서도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유물의 정확한 연대를 알아내는 것은 고고학자에게 있어 가장 큰 과제다. <사진=pixabay>

이 관계자는 "가장 강력한 지자기 변화가 일어난 것은 신바빌로니아 제국의 네부카드네자르 2세 치세(기원전 604~562년)"라며 "당시 구워진 벽돌 5점의 산화철 분석 결과 지자기가 단기간에 급변한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지구 자기장을 이용한 연대 측정법의 효과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시대나 지역에 따라 강해지거나 약화되는 지구 자기장의 변화는 자력에 민감한 광물에 흔적을 남긴다. 고고학에서는 주로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법을 사용하지만 벽돌이나 도자기 같은 유기물을 포함하지 않는 유물은 쉽게 연대를 알아낼 수 없다.

연구팀 관계자는 "자기 연대 측정법은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법 등 연대를 특정하는 다른 기술을 보완한다"며 "여러 유형의 연대 측정법을 혼합하면 어떤 유물의 탄생 연대나 사용 시기 등 보다 정확하고 방대한 정보를 입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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