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20년 전 발굴된 중석기시대 인간 유골이 인공지능(AI) 기술에 의해 복원됐다. 법의학 지식을 습득한 AI가 복구한 고대인의 정체는 15세로 추정되는 소년이다.
스웨덴 법의학자 겸 조각가 오스카 닐슨은 최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1907년 노르웨이 중석기 동굴에서 발견된 유골의 복원판을 소개했다.
약 8300년 전 살았던 것으로 보이는 이 유골은 노르웨이에서 가장 오래된 고대인 뼈로 꼽혀왔다. 크기로 미뤄 10~20대로 추정됐으며, 비스텍텐(Vistegutten)이라는 이름이 붙은 채 노르웨이 프레스테가드 박물관에 전시 중이다.
오스카 닐슨은 AI를 응용한 복원 기술을 활용해 희귀한 두개골을 가진 이 유골에 새 생명을 불어넣었다. 현대 기술로 재현된 소년의 키는 약 125㎝로, 두개골이 옆이 아닌 뒤쪽으로 비정상적으로 성장하는 주상두증을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오스카 닐슨은 “주상두증을 가졌더라도 다른 뼈의 상태로 미뤄 소년의 생활은 무리가 없었을 것”이라며 “시각예술 분야에서 확산 중인 AI는 역사가나 고고학자들도 주목하고 있으며, 특히 법의학을 접목하면 고대인이나 고생물의 실체를 들여다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비스텍텐 유골은 발굴된 지 110년이 넘었지만 기존의 복원 기술로는 실체를 확인하기 어려웠다. 방대한 법의학 지식을 학습한 AI가 이런 난제를 풀어줬는데, 몇 달 전 스웨덴 검시관과 미술가들이 힘을 합쳐 복원한 4000년 전 석기시대 여성 얼굴이 좋은 예다.
오스카 닐슨은 “비스텍텐의 복원은 중석기 시대 젊은이들이 어떻게 생겼는지 잘 보여준다”며 “아울러 우리는 수천 년 전 살았던 인간과 현대인을 연결하고, 그들의 생활상이 지금과 어떻게 다른지 이해할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머리색과 눈동자 색상, 피부색이 불분명해 박물관에 전시해도 위화감이 없을 만큼 중립적인 색상을 적용했다”며 “소년의 아래턱이 이상하게 작고 치아 상태가 비교적 좋다는 점은 향후 연구를 통해 풀어야 할 미스터리”라고 덧붙였다.
비스텍텐 소년 유골이 발굴된 동굴 내부에는 칡과 뼈로 된 장식품과 창, 갈고리와 작살 등 고대인 생활 흔적이 많이 남아 있었다. 이는 동굴이 사람들이 살고 요리하며 일하고 잠을 자는 거주와 활동의 장이었음을 보여준다.
오스카 닐슨은 “동굴에 낚시 도구가 있었다는 것은 물고기가 당시 사람들의 중요한 식량 중 하나였음을 보여준다”며 “뼈 장식품은 이들이 미적 감각을 지녔음을 의미하며, 자기표현이나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는 수단으로 개인적 장식품을 사용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