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부정적인 기분이 들수록 언어 처리능력이 올라간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애리조나대학교 연구팀은 4일 공개한 논문에서 우울하거나 절망적인 기분이 들수록 언어·문자 처리능력이 올라가 교정 같은 일에 집중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네덜란드 뇌 학자들과 공동 프로젝트를 통해 사람이 긍정적일 때와 우울하고 부정적일 때 뇌가 언어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조사했다.

연구팀은 피실험자들에게 메릴 스트립(73) 주연의 슬픈 영화 ‘소피의 선택’과 코미디 드라마 ‘프렌즈’를 감상하게 했다. 이후 각 작품을 보기 전과 후 피실험자들의 기분을 객관적으로 평가했다.

기분이 나쁠 때 언어 능력이 올라가 교정 같은 작업 능률이 올라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pixabay>

그 결과 ‘프렌즈’를 본 피실험자들은 영상을 통해 기분의 변화가 미미했다. 다만 ‘소피의 선택’을 관람한 사람들은 대체로 부정적인 기분에 사로잡혔다.

이어 연구팀은 피실험자들에게 감정적으로 중립적인 녹음 파일들을 들려줬다. 각 문장은 쉽게 납득 가능하고 익숙한 단어나 지식 등 평범한 것들을 다뤘다. 다만 뇌가 상식 밖의 내용에 반응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모순된 문장도 끼워 넣었다. 

예컨대 “야간 운전 시 라이트를 켜면 더 잘 보인다”는 문장을 먼저 틀어주고, “별자리 관측 시 라이트를 켜면 잘 보이지 않는다”는 반대 개념의 문장을 이어 들려줬다. 뒤 문장은 별자리 관찰이라는 맥락에서 옳지만 라이트를 켜면 뭔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상식에 반하는 낯선 개념이다. 이와 함께 연구팀은 “야간 운전 시 라이트를 켜면 잘 보이지 않는다”처럼 아예 모순된 문장도 끼워 넣었다. 

조사 결과 ‘소피의 선택’을 본 뒤 부정적인 기분에 휩싸인 피실험자들의 뇌는 일단 들은 문장을 재검토해 분석하는 활동이 활발했다. ‘프렌즈’를 감상하고 감정 변화가 없던 피실험자들과는 언어나 문장에 관련된 뇌 활동이 뚜렷하게 차이를 보였다.

삐딱하고 부정적인 기분에 빠져 있는 사람과 말싸움은 불리할 수 있다. <사진=영화 '위플래쉬' 스틸>

연구팀 관계자는 “이번 실험을 통해 우리는 사람의 기분이 어떤 작업에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알게 된다”며 “기분이 나쁠 때는 문장의 오류를 찾아내는 교정 같은 정밀한 작업이 적합할지도 모른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분과 언어는 서로 다른 네트워크지만 하나로 연결된 것 같다”며 “서로 다른 두 네트워크가 하나의 뇌에서 처리되면서 이런 뜻밖의 상호작용이 있어나는 것으로 추측된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이번 실험의 피실험자가 모두 여성인 점, 언어는 네덜란드어로 한정한 점에서 추가 실험이 필요하다고 인정했다. 다양한 연령대 및 인종의 남녀 피실험자를 대상으로 보다 규모가 큰 실험을 실시하면 감정 차이에 따른 뇌의 활동 변화를 보다 면밀하게 파악할 것으로 연구팀은 기대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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