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두개골을 깎아 만든 철기시대 빗이 발굴됐다. 고대인들이 왜 사람 두개골을 가공해 빗을 제작했는지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런던고고학박물관(MOLA)은 4일 공식 트위터를 통해 영국 케임브리지셔 바힐에서 발견된 철기시대 두개골 빗을 소개했다.

지역 이름을 따 '바힐 빗'으로 명명된 이 빗은 조각난 일부분으로, 원래 길이는 약 5㎝로 추정된다. MOLA 연구팀의 분석 결과, 이 빗은 기원전 약 750년 전 철기시대의 것으로 파악됐다.

처음 이 빗 조각을 발견한 학자들은 재질이 특이한 점에 주목했다. MOLA 연구팀의 분석 과정에서 이 빗은 사람의 두개골로 만들어졌다는 섬뜩한 사실이 밝혀졌다.

고고학자가 '바힐 빗'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MOLA 공식 홈페이지>

더욱 특이한 점은 이 빗이 전혀 사용된 흔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MOLA 관계자는 "아무리 봐도 고대인들이 이를 실제 썼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며 "빗살 부분을 자세히 들여다봤지만 닳은 부분이나 두피의 미세한 조각에서 비롯된 DNA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빗 가운데에 동그란 구멍이 있었을 것으로 생각했다. 여기에 끈을 넣어 목에 거는 등 이 빗은 장신구로 사용됐다는 게 연구팀 판단이다.

MOLA 관계자는 "당시 사람들은 이 빗으로 머리를 정돈하지 않고 부적이나 의식용 도구로 썼을 가능성이 있다"며 "빗을 굳이 사람 두개골로 만든 점이 이런 추측을 뒷받침한다"고 전했다.

'바힐 빗'은 인간의 두개골로 만들어졌으며, 이번에 발굴된 것은 일부분이다. <사진=MOLA 공식 홈페이지>

이 관계자는 "영국 지역의 철기시대 사람들은 시신을 그냥 매장하지 않고 여러모로 활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철기시대 사람들은 사회를 구성한 주요 인사들이 죽자 그 두개골로 장신구를 만들어 기념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바힐을 중심으로 한 고대 유적지에서는 '바힐 빗' 외에도 인간의 뼈로 만든 도구가 출토됐다. 학자들은 철기시대 사람들이 망자의 팔이나 다리뼈를 가공해 동물 가죽의 지방질을 걷어낸 것으로 보고 있다. 

사람 두개골로 만든 빗은 드물지만 앞서 발견된 사례가 있다. 1970년대 발굴된 것은 빗살이 제대로 살아 있었고, 2000년대 초반 발견된 것은 살 없이 몸체만 남아 있었다. 두 빗은 모두 머리를 빗은 흔적이 있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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