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심 차게 개발한 차세대 로켓 'H3'를 공중에서 잃은 일본이 우주개발에 있어 중대한 위기를 맞았다.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발사된 최신예 로켓이 신형 지구 관측 위성과 함께 공중분해되면서 자칫 우주개발의 토대가 날아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일본 항공우주공학 전문가 요네모토 코이치 도쿄이과대학 교수는 8일 현지 언론들과 인터뷰에서 'H3' 로켓 실패의 원인 규명이 상당히 까다로우며, 이로 인해 지금까지 쌓은 우주개발 산업의 토대가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요네모토 교수는 "'H3' 로켓의 2단 추진체는 엔진을 구동하기 위해 전기 부품을 많이 넣는 등 신기술을 도입했다"며 "점화가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것은 전기 계통 이상으로 추정되나, 기체가 폭파된 터라 원인 특정이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로켓이 발사되지 않은 상태에서 실패했다면 어떻게든 원인을 알아냈을 것"이라며 "로켓이 지령 파괴된 최악의 상황이므로 고장 이유를 파악하기 위해 학자들이 의지할 것이라곤 약 14분 동안의 비행 데이터뿐"이라고 아쉬워했다.
이런 이유로 요네모토 교수는 'H3' 로켓 발사 실패의 원인을 알아내고 대책을 마련하는 데만 몇 년이 소요될 수 있다고 봤다. 잘못했다간 이번 사태로 일본이 우주개발의 동력은 물론 근간까지 날려버릴 수 있다는 게 요네모토 교수를 포함한 여러 전문가의 우려다.
현재 주력인 'HIIA' 로켓을 계승하려던 'H3' 로켓의 최대 장점은 효율이다.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는 이 로켓을 미쓰비시중공업과 공동 개발하면서 'HIIA'의 회당 발사 비용을 절반으로 줄이는 고효율·저비용 설계를 적용했다. 특히 로켓 재사용에 초점을 맞춰온 JAXA는 'H3' 로켓 발사 실패로 그간의 계획을 전면 수정해야 할 수도 있어 일본의 고민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H3' 로켓은 7일 오전 10시37분 일본 가고시마현 다네가시마 우주센터에서 힘차게 솟아올랐다. 보조 로켓과 1단 추진체가 정상적으로 분리됐지만 관측 위성 '다이치 3호'와 연결된 2단 추진체의 엔진 점화가 확인되지 않았다. '다이치 3호'의 궤도 안착이 어렵다고 판단한 JAXA는 결국 발사 14분여 만에 원격 시스템을 통해 로켓을 지령 파괴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