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항공우주국(NASA)이 유인 달 탐사 '아르테미스(Artemis) 계획'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면서 달에서 식량을 얻기 위한 수경재배 프로젝트에도 관심이 쏠렸다.

유럽우주국(ESA)의 수경재배 프로젝트는 가까운 장래, 인류가 달 표면에서 식물을 키우고 현지에서 식량을 자급자족하는 시대를 열기 위해 마련됐다.

ESA는 달 표면 농업 솔루션을 개발하는 노르웨이 업체 '솔시스 마이닝(Solsys Mining)'과 함께 현재 수경재배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양측은 달의 토양에서 영양소를 뽑아내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지금까지 연구에서 학자들은 달의 토양에 질소 화합물같이 식물 성장에 반드시 필요한 성분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아냈다. 게다가 달 표면은 물에 젖으면 금세 굳어버려 식물이 뿌리를 내리기 적합하지 않다.

솔시스 마이닝이 구상하는 달 표면의 수경재배 시스템. 달 표면에서 영양분을 뽑고 이를 물에 녹여 온실로 옮긴 뒤 수경재배하는 방식이다. <사진=솔시스 마이닝 공식 페이스북>

그럼에도 ESA가 이런 어려운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은 달이 그만큼 인류에게 중요한 천체이기 때문이다. 달을 전진기지 삼아야 화성 탐사도 쉽고, 뭣보다 달은 지구와 거리가 가장 가까워 여러모로 활용 가치가 크다.

때문에 ESA와 솔시스 마이닝 전문가들은 수경재배로 눈을 돌렸다. 이미 오래전부터 지구의 식물 재배에 활용돼 온 수경재배는 말 그대로 식물을 토양이 아닌 물에서 키우는 방식이다.

ESA 관계자는 "달에서 수경재배를 성공하려면 그 표면에서 최소한의 영양소는 추출할 수 있어야 한다"며 "달의 토양으로부터 영양소를 얻고 물에 녹여 식물을 재배하는 사이클을 지구에서 실험하고 있다"고 전했다.

리들리 스콧 감독이 연출한 영화 '마션'에서는 화성에 남은 주인공이 살아남기 위해 인분과 화성 토양을 이용, 감자를 키우는 설정이 등장한다. <사진=영화 '마션' 스틸>

이 관계자는 "달 표면에서 수경재배에 필요한 최소한의 양분을 얻게 된다면 이를 녹인 물을 달 표면에 조성한 온실로 보내게 된다"며 "이런 방식으로 달에서 자급자족이 가능해질 경우, 우주비행사들이 장기 체류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인류의 지속가능한 달 개발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현지 자원의 활용이 필수다. 식물 재배에 도움이 되는 영양소를 달에서 얻게 될지는 모르지만, 이번 실험이 유의미한 성과를 낸다면 영화 '마션' 속 주인공처럼 지구 외의 천체에서 인간의 힘으로 식량을 얻는 날이 올 것으로 ESA는 전망했다.

약 10만 유로(약 1억4000만원)의 비교적 적은 초기 예산으로 지난해 말 시작된 달 수경재배 프로젝트는 올해 말까지 이어진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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