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기가 빨리 가시도록 작용하는 이른바 '해장 호르몬'이 발견됐다. 뇌에 직접 작용하는 이 호르몬은 간에서 분비되는 'FGF21'이다.
미국 텍사스대학교 연구팀은 15일 공식 발표한 논문에서 간 분비 호르몬 'FGF21'이 뇌에 직접 작용해 숙취를 해소한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FGF21' 호르몬을 미량의 알코올로 취하게 한 생쥐에 투여한 실험에서 알코올 분해가 채 진행되지 않았는데도 취기가 2배가량 빨리 사라진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FGF21' 호르몬이 뇌의 각성을 관장하는 영역에 직접 작용하는 점에 주목했다. 구체적으로 뇌내 신경 전달물질 노르아드레날린 분비를 촉진한다. 청반핵은 의식 각성에 관여한다. 이런 점에서 'FGF21' 호르몬은 생물이 알코올로부터 몸을 지키기 위해 진화를 거쳐 얻은 산물이라고 연구팀은 판단했다.
실험 관계자는 "술을 마시고 취하는 것은 알코올의 주성분인 에탄올의 작용 때문"이라며 "이를 섭취하고 취하면 기분은 좋아지지만 몸은 잘 움직이지 않고 머리도 제대로 돌아가지 않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에탄올은 자연계에서 발생하기도 하는데, 익은 과일의 당분이 발효된 것이 대표적"이라며 "이를 섭취한 동물들은 과도한 에탄올로부터 몸을 지키기 위해 진화했고, 여기서 'FGF21'이 만들어졌을 것"이라고 전했다.
간의 'FGF21' 호르몬은 동물이 오래 굶거나 단백질이 부족하면 분비된다. 인간의 경우 에탄올에 의해 가장 많이 분비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험 관계자는 "취한 생쥐에게 'FGF21'을 투여한 결과 에탄올 분해 과정에는 별 차이가 없었지만 각성 수준이 눈에 띄게 향상됐다"며 "취한 사람은 자세 반사 등 본능적 제어가 둔해지며, 이는 쥐도 마찬가지지만 'FGF21'을 투여하자 이 기능이 빠르게 회복됐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FGF21'이 뇌에 직접 작용하는 것으로 확인된 만큼 향후 이 호르몬이 뇌내 다른 신경계에 작용하지는 않는지 자세히 살펴볼 예정이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