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규칙한 지형도 능숙하게 통과하고 사람보다 빨리 걷는 휴머노이드 '아르테미스(ARTEMIS)'가 뛰어난 가동 능력을 입증하기 위해 월드컵 출전을 공식화했다. 이 로봇은 최근 국내 방송에 출연해 눈길을 끈 한국계 미국인 로봇공학자 데니스 홍의 작품이어서 더 눈길을 끈다.
데니스 홍이 이끄는 로봇 개발 업체 로멜라(RoMeLa)는 19일 공식 채널을 통해 '아르테미스'가 오는 7월 프랑스 보르도에서 열리는 국제 로봇 경연 '2023 로보컵(Robo Cup)'에 출전한다고 전했다.
로멜라가 자랑하는 '아르테미스'는 'Advanced Robotic Technology for Enhanced Mobility and Improved Stability'의 약자다. 우리말로 직역하면 '이동성 및 안정성 향상을 위한 고도의 로봇 기술'로, 그만큼 이 로봇은 지금까지 대중이 접하지 못한 이동 속도와 안정감을 자랑한다.
'아르테미스'는 키 142㎝, 무게는 38.5㎏으로 인간 어린이와 몸집이 비슷하다. 거칠고 불안정한 노면을 사뿐하게 걸을 수 있고 달리기, 점프도 가능하다. 뛰어난 균형감각을 갖춰 묵직한 물리적 충격이 동체에 가해져도 좀처럼 밀리거나 넘어지지 않는다.
로멜라 연구팀에 따르면, '아르테미스'의 보행 속도는 초속 2.1m로 현존하는 이족보행 로봇 중에서 가장 빠르다. 시속으로 변환하면 7.56㎞이므로, 사람의 걷는 속도(시속 4㎞)를 훨씬 능가한다.
이런 놀라운 능력의 비밀은 인체의 근육과 같이 에너지를 움직임으로 바꾸는 장치다. 로멜라 관계자는 "'아르테미스'의 특징은 액추에이터(전기나 유압 등 에너지로 움직이는 장치)가 마치 생물의 근육처럼 움직인다는 것"이라며 "일반적인 로봇 액추에이터가 경직된 위치 제어만 가능한 데 비해 '아르테미스'는 자유롭게 힘을 제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사람이 달릴 때 두 다리가 모두 지면에서 뜨는 순간도 있다"며 "'아르테미스'는 이와 동작을 구현하는 세계 최초의 로봇"이라고 전했다. 이어 "'아르테미스'는 액추에이터가 일반 로봇처럼 유압식이 아니라 전동 제어라는 점에서 특별하다"며 "덕분에 동작 시 소음이 덜하고 유압식 액추에이터의 고질병인 누유도 없다"고 자랑했다.
'아르테미스'가 울퉁불퉁한 노면에 대응하는 비결은 전동식 액추에이터와 고정밀 센서가 조합된 보행 시스템이다. 로봇의 두 다리에는 특수 설계한 역각 센서가 내장돼 보행 중 균형이 무너질 만한 상황을 실시간 예측한다. 역각 센서란 로봇의 촉각 센서 중 하나로 어떤 부위가 받는 힘이나 압력을 유기적으로 측정하는 장비다. '아르테미스'는 머리에 부착된 위치 확인 장치와 카메라로 주변 상황도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다.
로멜라는 현재 로보컵 출전에 대비, '아르테미스'를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로스앤젤레스 캠퍼스(UCLA)에서 산책시키며 학습과 테스트를 거듭하고 있다. 로멜라가 최근 공개한 동영상에는 이런 과정이 잘 담겼다. 사람의 발길질 같은 외부 충격에 버티고 불안정한 노면을 사뿐하게 통과한다.
로멜라 관계자는 "향후 테스트에서는 전력 질주, 넘어진 뒤 일어서기, 무거운 물건 운반, 축구 등 다른 능력도 중점 체크할 것"이라며 "20년 넘게 휴머노이드를 개발한 로멜라는 로보컵에서 5회나 우승한 저력을 살려 모두가 깜짝 놀랄 성과를 보여줄 것"이라고 자신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