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무려 90살인 방사거북이 난생처음 새끼 거북 셋의 아빠가 됐다. 야생동물학자들은 방사거북이 현재 멸종 위기종인 만큼 이만한 경사가 없다고 반겼다.
미국 휴스턴동물원은 27일 공식 SNS를 통해 현재 사육 중인 90세 수컷 방사거북 미스터 피클과 단짝 미세스 피클(53세)이 처음으로 새끼 셋을 얻었다고 전했다.
휴스턴동물원 사육사들은 원내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방사거북 부부가 새끼를 낳자 모두 모여 축하했다. 등딱지 무늬로 각 개체를 구분한 사육사들은 부모가 피클인 점에 착안, 딜(향신료의 일종)과 거킨(오이 피클), 할라피뇨라는 재미있는 이름을 붙여줬다.
사육사들에 따르면, 미스터 피클은 36년 전 휴스턴동물원에 왔다. 그로부터 9년 뒤 현재 짝인 미세스 피클과 같이 생활해 왔다. 지금까지 여러 차례 산란기를 거쳤지만 알을 낳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미세스 피클의 산란은 사육사 한 명이 극적으로 눈치챘다. 동물원이 폐장할 시간에 거북들을 살펴보던 사육사는 미세스 피클이 알을 낳으려는 낌새를 채고 곧바로 파충류 전용관 내 의무실로 옮겨 케어팀을 붙였다.
동물원 관계자는 "원산지 마다가스카르의 토양이었다면 거북이 그대로 알을 낳았겠지만 동물원은 환경이 다르다"며 "만약에 대비해 수의사, 케어팀과 함께 거북 암컷이 방해받지 않는 선에서 산란을 지켜봤다"고 설명했다.
이어 "방사거북은 멸종 위기종이며, 우리 동물원에서도 종 보존 프로그램에 포함돼 있다"며 "보통 100세 넘게 사는 방사거북이지만 90세나 돼 처음 아빠가 되는 경우는 드물다"고 전했다.
육지거북인 방사거북은 튼실한 등딱지에 방사형 무늬가 나타난다. 종종 별 무늬 등딱지를 가진 개체도 있어 마다가스카르에서는 별거북이라고도 한다. 성체의 길이는 평균 약 41㎝이며, 체중은 16㎏까지 나간다. 초식성으로 과일이나 선인장 같은 다육식물을 먹는다. 방사거북이 가장 오래 산 기록은 188살이다.
방사거북은 여러 거북 중에서도 등딱지 무늬가 예쁜 점에서 반려동물로 많이 키운다. 마리당 1000만원대에 이를 정도로 몸값이 비싸 판매를 목적으로 한 불법 남획이 심해 야생 개체가 눈에 띄게 줄었다.
동물원 관계자는 "야생 방사거북 자체가 원래 번식력이 뛰어나지는 않다"면서도 "오랜 세월 배우자와 단둘이 지내던 90살 방사거북이 한꺼번에 새끼 셋의 아빠가 됐다"고 전했다.
휴스턴동물원의 터줏대감 방사거북 부부가 새끼를 낳으면서 지역 주민들도 반색했다. 새끼들의 이름이 이미 유명해졌고 언론들도 취재를 다녀갔다. 동물원은 아기 거북들이 좀 더 자란 뒤 방문객들에게 정식 인사를 시킬 계획이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