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이집트 궁전 유적에서 절단된 인간의 오른손이 무더기로 발견됐다. 고고학자들은 어떤 의식에 이 섬뜩한 공물이 동원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독일 고고학 연구팀은 최근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를 통해 이집트 고대 도시 아바리스의 힉소스 왕궁 터에서 발굴한 절단된 인간의 오른손 12개를 공개했다.

연구팀은 기원전 17~16세기 고대 이집트에서 사람의 손을 절단하는 풍습이 있었는데, 이를 입증할 물적 증거가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고고학자들은 잘려나간 손이 14~21세 젊은 사람들의 것이라고 추측했다. <사진=사이언티픽 리포트 공식 홈페이지>

조사 관계자는 "힉소스는 고대 이집트 제2중간기에 침입한 현재 팔레스타인 지방의 이민족으로 여겨진다"며 "주인을 잃은 오른손들은 아마 1640~1530년 절단됐을 것"이라고 전했다.

힉소스는 이집트의 제15, 16왕조를 세우고 약 100년간 이집트를 지배했다. 힉소스라는 명칭은 '이국의 지배자들'을 뜻하는 이집트어에서 유래했다. 일부 학자는 힉소스가 외국인이 아니라 이집트 내에서 일어난 세력으로 본다.

절단된 오른손들은 호화로운 장식과 조각으로 채워진 힉소스 왕궁 정문 안뜰에서 발견됐다. 이 당시 궁궐의 안뜰은 왕권을 상징하는 중장하고 화려한 석상들로 꾸며졌다.

고대 이집트 아바리스 힉소스 왕궁에서 발견된 절단된 손 <사진=사이언티픽 리포트 공식 홈페이지>

조사 관계자는 "이런 상징적인 곳에 잘린 손을 놓았다는 것은 궁궐을 드나드는 이들에 위압감을 주기 위해서였을 것"이라며 "왕을 알현하는 자들은 무슨 용건이든 잘려나간 손을 봐야 했다. 이를 통해 왕을 두려워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해부학적으로 손뼈는 골반이나 두개골에 비해 나이와 성별을 나타내는 특징이 적다"며 "손의 원래 주인에 대해 세세한 것까지는 현재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손뼈가 완성되는 시기가 사춘기 이후인 점과 발굴된 뼈에 노화의 흔적이 없는 것으로 미뤄 손의 주인을 14~21세로 봤다. 뼈가 튼튼하고 남성의 검지가 약지보다 긴 점에서 11개는 남성의 것이며, 하나는 성별을 특정할 수 없다고 전했다.

힉소스는 이민족이 통치한 고대 이집트 왕조다. 이 시기 이질적 문화들이 이집트에 적잖게 도입됐다. <사진=pixabay>

또한 연구팀은 절단면이 상당히 깨끗한 점에서 고대 이집트인들이 잘라낸 손을 처리한 것으로 생각했다. 이런 점에서 이 손들이 어떤 이유든 의식에 사용됐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입장이다.

조사 관계자는 "손을 절단하는 풍습은 힉소스가 지배할 당시 이집트 고문서에서 이미 확인된 것"이라며 "이런 무시무시한 문화의 기원은 이민족 힉소스 지도자의 출신지에서 비롯된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행위는 이집트를 침략한 힉소스의 지배자들이 일부러 궁궐 의식으로 행했을지 모른다"며 "침략자가 산 사람의 손을 잘라 빼앗는 것 자체가 당시 이집트 사람들에게 상당한 충격과 공포를 안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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