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빨대가 음료 맛을 떨어뜨린다는 일부 소비자의 생각은 심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일본 주오대학교 인지심리학과 아리가 아츠노리 교수는 27일 공식 SNS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실험 보고서를 발표했다.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컵의 두께나 빨대의 재질이 사람 심리에 작용, 음료의 맛 차이를 유발한다는 가설을 세웠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 연구팀은 일본 대중이 즐기는 녹차를 이용한 실험을 기획했다.

녹차 맛 측정 실험에 동원된 유리컵. 왼쪽이 12㎜, 오른쪽이 28㎜로 두께 차이가 상당하다. <사진=주오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실험에는 주오대학교 학생 총 56명이 참가했다. 두께가 각각 12㎜와 28㎜로 2배가량 차이가 나는 잔에 녹차를 따르고 마시게 했다. 녹차는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일반적인 페트병 제품을 골랐다.

학생들은 눈가리개를 한 채 각 잔에 담긴 녹차를 마셨다. 이후 단맛과 쓴맛, 신맛, 풍미, 강약 등 맛과 관련된 7가지 항목에 대해 평가했다.

그 결과 학생들은 대체로 두꺼운 유리잔의 녹차가 더 달콤하다고 느꼈다. 얇은 유리잔의 녹차는 훨씬 쓰다는 평가를 받았다. 학생들은 주로 단맛과 쓴맛에 대해 극명한 평가를 내놨고, 나머지 항목에서는 의견 차이가 별로 없었다.

플라스틱 빨대는 점점 퇴출되는 추세다. <사진=pixabay>

아리가 교수는 "이번 실험은 맥주는 잔이 얇을수록 더 맛있다는 하찮은 대화에서 시작됐다"며 "똑같은 녹차의 맛 자체는 변함이 없었지만 잔 두께가 단맛과 쓴맛 차이를 극명하게 갈라놨다"고 설명했다.

교수는 "같은 음료라도 용기의 두께를 바꾸는 것만으로 소비자에게 다양한 미각을 제공할 가능성이 입증된 실험"이라며 "업체들로서는 개인의 기호에 맞춘 음용 체험을 제공해야 한다는 걸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주오대학교는 이번 연구 성과가 최근 늘어나는 종이 빨대의 맛 논란과 연결된다는 입장이다. 스타벅스 등 대형 커피 체인점은 환경 보호 차원에서 플라스틱 빨대 대신 종이 빨대를 도입하고 있다.

종이 빨대는 음료 맛을 떨어뜨린다는 소비자가 적잖다. <사진=pixabay>

아리가 교수는 "두 빨대가 소비자의 입술에 주는 촉각은 상당히 다르다"며 "심리적 요인으로 소비자는 같은 음료지만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맛으로 인지하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친환경 빨대가 가져오는 미각 변화는 업체들의 생각보다 더 큰 것으로 판단된다"며 "플라스틱 빨대가 기존에 주던 맛을 유지하면서도 환경에 이로운 다른 재질의 빨대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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