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령술(강신술)을 믿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보다 쉽게 망령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이에 대한 과학적 분석이 최근 실시돼 눈길을 끈다.
등골이 오싹한 이 실증에 나선 인물은 영국 더럼대학교 종교학과 애덤 J.파웰 교수와 뉴캐슬대학교 심리학과 피터 모슬리 교수다. 연구팀은 20일 국제저널 '정신건강·종교·문화(Mental Health, Religion & Culture)'에 게제한 논문에서 망령의 목소리가 비정상적 청각경험에서 비롯된다고 주장했다.
'심령론자(spiritualists, 강신론자)'란 인간의 영혼이 죽은 후에도 계속 존재하고 영매 또는 심령을 통해 살아있는 자와 이야기할 수 있다고 믿는 종교(심령주의)의 추종자다. 심령주의는 망자의 영혼을 보거나 느끼는 대신 목소리로 소통한다고 믿는다.

연구팀은 조사를 위해 전국심령론자연맹(Spiritualists' National Union)의 영매 65명과 일반인 143명을 동원했다. 영매들이 가진 종교적 신념과 더불어 영적 목소리를 들은 시기와 상황 및 빈도를 면밀히 조사했다. 이는 일반인 그룹의 체험과 비교됐다.
조사 결과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목소리를 들은 영매 중 71%는 첫 경험 이전에 심령주의를 접해본 적이 없다고 밝힌 사실이다. 이들은 '어느날 이유없이' 목소리가 들렸다고 답했다. 즉 상당수가 종교적 신념으로 인해 능력을 얻게된 게 아니라는 의미다.
파웰 교수는 "영혼의 목소리를 들었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어린 나이부터 몰입형 정신 활동과 비정상적인 청각 경험에 더 취약하다는 점이 밝혀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영매들은 평균 21.7세에 처음으로 망자의 목소리를 들었고, 18%는 평생 목소리를 들었다고 밝혔다. 또 거의 절반(44.6 %)이 매일 영혼의 음성에 노출됐으며, 65.1%는 목소리가 머리 속에, 31.7%는 머리 안팎에서 들렸다고 답했다.
파웰 교수는 "종교적 경험에 대한 이해를 위해서는 신념이나 성격, 변칙적 감각 경험의 발생 사이의 상호 작용에 대해 밝힐 수 있는 경험적 연구가 필요하다. 그 중 몰입은 핵심이 될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
이어 "이 연구는 심령주의에 대한 과학적 원인을 제공하지는 않지만 소리 때문에 고통스러운 경험을 가진 사람이나 정신적 문제를 가진 사람들을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 단서를 제공했다"고 평가했다.
채유진 기자 eugen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