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난화 탓에 영구동토가 녹아 발굴된 몽골제국 귀족의 시신이 오랜 문화와 역사, 특히 식습관에 대한 적잖은 정보를 전해줬다. 

미국 미시간대학교 연구팀은 11일 공식 채널을 통해 유라시아 동부 산맥의 영구동토에서 발견한 몽골 귀족 시신 11구의 정밀 조사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약 800년 전 몽골 제국의 귀족 시신을 자세히 들여다본 결과 이들이 후손들처럼 야크 젖을 즐겨 먹었다고 결론 내렸다. 몽골인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야크의 젖을 다양한 형태로 가공해 먹은 증거가 이번 연구에서 여럿 확인됐다.

몽골제국은 칭기즈 칸이 1206년 몽골고원의 유목민을 통일해 만든 국가다. 당대 최강의 기마군단을 보유한 몽골은 아시아 전역에서 피비린내 나는 정복 사업을 펼쳤고, 태평양 연안에서 유럽 동부에 걸친 사상 최대의 제국을 세웠다.

칭기즈 칸은 왕성한 정복 사업으로 아시아를 넘어 유럽까지 영토를 확장했다. <사진=영화 '몽골' 스틸>

시신들은 몽골 북서부 홉스골 산맥의 험준한 지대에 자리한 몽골제국 묘지에서 발견됐다. 이곳은 1206년 몽골제국이 통일될 무렵부터 13세기까지 사용됐다. 1206년은 칭기즈 칸이 몽골 전역의 지배자로 선언된 해다.

몽골 귀족들의 시신이 발굴된 것은 지난 2018~2019년이다. 계속되는 온난화에 영구동토가 녹으면서 장지에 잠든 시신 11구가 드러났다. 800여 년 전에 매장됐음에도 줄곧 영하에 보존된 터라 보존 상태는 모두 놀라울 정도로 좋았다.

3년 넘게 시신을 조사한 연구팀은 ▲질 좋은 소재의 옷을 걸친 점 ▲호화로운 부장품이 다량 발견된 점 ▲부처의 좌상 장식 등 종교 용품이 많은 점을 들어 망자들이 모두 귀족이라고 파악했다. 한 여성 시신은 자작나무껍질로 만든 모자를 썼고 황금 발톱을 가진 용을 수놓은 비단을 두른 채 매장됐다.

소목 소과의 동물 야크는 현재도 몽골 사람들에게 중요한 존재다. <사진=pixabay>

연구팀은 시신의 치아에 붙은 치석 속 단백질을 분석, 이들이 말이나 양, 염소, 소, 특히 야크의 젖을 즐겨 먹었다고 확인했다. 조사 관계자는 "야크는 유라시아 동부 고지 사람들의 문화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당시 귀족들은 야크의 젖을 데워 먹은 것은 물론, 치즈 등 가공품으로 만들어 섭취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야크는 가혹한 환경에도 잘 버텨 고산지대 사람들에게 유용하다"며 "짐을 나르고 밭을 갈며, 고칼로리 식량을 제공하고 바람을 막아줄 가죽옷과 따뜻한 직물을 짤 굵은 털, 촛불을 만들 지방까지 제공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화려한 장식품과 함께 묻힌 몽골제국 귀족들의 식생활을 더 알아내면 생활상과 종교 등 다양한 문화를 엿볼 수 있을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연구팀은 영구동토의 해빙 덕에 귀중한 정보를 얻었지만 온난화로 얼음이 녹는 것은 결코 달갑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는 지구가 한계에 다다랐다는 비참한 현실을 알리는 동시에, 단단히 얼어붙은 고고학 유물들이 드러나면서 파괴와 약탈 가능성도 커졌음을 의미한다고 연구팀은 우려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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