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꼭 필요한 것 중 하나가 자기애(나르시시즘, narcissism)다. 타인과 연관을 맺으며 살아가는 인간은 남에게 휘둘리지 않고 자아를 확립하기 위해 자신을 아낄 줄 알아야 한다. 자기애가 결여되면 자존감이 떨어지고, 살아갈 의욕마저 잃게 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뭐든 지나치면 화가 된다. 과도한 나르시시즘은 남을 깔보게 만들며, 자칫 공격적 행동과 반사회적인격장애로 이어질 수도 있다. 실제로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 중에는 자기애가 흘러넘치는 경우가 흔하다. 배우 크리스찬 베일(47)은 2000년 영화 '아메리칸 사이코'에서 자신보다 동료가 좋은 자리에 오르자 극도로 예민하게 구는 중증 나르시시스트의 전형을 보여줬다.

'아메리칸 사이코'의 패트릭은 본인보다 낫다고 여겨지는 사람에게 적대감을 느낀다. <사진=영화 '아메리칸 사이코' 스틸>

미국 뉴욕주립대학교 버펄로캠퍼스에서는 과도한 나르시시즘에 관한 광범위한 실험이 진행됐다. 연구팀은 무려 31년에 걸쳐 47만5000명가량의 피실험자 데이터를 모아 나르시시즘을 관찰했다. 관련 논문도 355개나 참고했는데, 그 결과 22일 다음과 같은 흥미로운 사실을 발표했다.

- 나르시시스트는 남자가 많다
- 나르시시즘은 고정관념이나 기대감에서 비롯된다
- 나르시시즘은 비윤리적 행동이나 공격성으로 연결된다
- 1차적 나르시시즘은 생후 6개월부터 관찰된다

연구팀은 남자와 여자 나르시시스트들의 ▲통솔력 ▲권위 ▲거만함 ▲자기과시 ▲자기주장 ▲특권 ▲허영심에 대한 생각 차이를 들여다봤다. 그 결과 남성이 여성보다 남보다 뛰어나고 본인에게 특권이 있다고 여기는 경향이 강했다. 또한 통솔력이나 권위, 자기주장에 집착을 보이는 쪽도 남성이었다. 자기과시나 허영심 지표는 남녀간 차이가 없었다.

이에 대해 연구팀 관계자는 "나르시시즘은 '남자(여자)는 이래야 한다'는 오랜 고정관념과 기대감에서 비롯됨을 알 수 있다"며 "이런 사회적 분위기 탓에 남성 나르시시스트가 더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사회 통념상 여성은 공격적이거나 권위를 내세우면 호되게 비판받을 때가 많다"며 "여성이기 때문에 남성보다 위축되므로 나르시시스트적인 행동을 보이는 것을 스스로 삼간다"고 덧붙였다.

스스로를 부풀리는 과도한 자기애는 위험하다. <사진=pixabay>

선을 넘은 나르시시즘의 위험성 역시 실험 결과 여실히 드러났다. 연구팀 관계자는 "나르시시즘은 타인과 좋은 관계를 구축하지 못하는 비윤리적 행동이나 공격성 등 다양한 대인기능 부전과 연결된다"며 "이런 현상은 소시오패스, 사이코패스에서 잘 드러나며 심각한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연구팀은 아기에게서 나르시시즘이 나타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봤다. 1차성 나르시시즘은 인격 형성기인 6개월에서 6세 사이에 흔히 발견된다. 연구팀 관계자는 "인간 성장과 개체화에서 피할 수 없는 통증이나 공포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작용"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2차성 나르시시즘이다. 이 자기애는 병적인 상태로 사춘기부터 성년에 걸쳐 관찰된다. 자아도취와 집착이 타인을 배제하는 상황에 이르므로 상당히 위험하다.

연구팀 관계자는 "2차성 나르시시즘은 사회적 지위나 목표 달성에 의해 자기만족을 느끼고 주목을 받으려는 데서 비롯된다"며 "심할 경우 타인 감정에 둔감해지고 감정이입이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나르시시즘의 원인이 되는 사회적, 문화적, 생물학적인 요소를 추가로 연구해 반사회적인격장애가 늘어나는 것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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