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께끼의 고생물 털리몬스터(Tully Monster, 학명 Tullimonstrum gregarium)는 척추가 없다는 새로운 주장이 제기됐다. 약 70년 전 처음 화석이 발견된 털리몬스터는 오징어와 수룡을 결합한 기괴한 형태로 주목받았지만 정보가 워낙 없어 아직 명확한 생물학적 분류가 이뤄지지 않았다.
일본 도쿄대학교 고생물학 연구팀은 최근 공식 홈페이지에 게재한 논문에서 털리몬스터 화석 분석 결과 최소한 척추가 없다는 사실은 알아냈다고 전했다.
털리몬스터 화석은 1955년 미국 일리노이 주 메이존 크리크(Mazon Creek) 퇴적지에서 처음 발굴됐다. 발견자는 약 15㎝ 크기의 화석 속 생물이 너무나도 신기해 책을 뒤졌지만 관련 자료를 찾지 못했다. 결국 시카고 필드 자연사 박물관에 감정을 의뢰했는데, 고생물학자들도 이 기묘한 생물에 대해 아는 바가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학자들은 털리몬스터가 고대 완족류와 극피동물의 일종인 바다나리(sea lilies)와 일부 비슷하다는 점에서 약 3억 년 전 생존한 것으로 추측했다. 생태 등 중요한 특징은 전해 알아내지 못했고, 그저 형태학적 특징으로 미뤄 척추동물, 더 세부적으로는 구구동물로 구분했다.
도쿄대 연구팀은 최신 3D 레이저 스캐너로 털리몬스터 화석 샘플 153개를 정밀 분석했다. 메이존 크리크에서 발견된 고대 완족류 또는 극피동물의 화석 75점과 비교 분석하는 과정에서 연구팀은 털리몬스터가 지금까지 추측과 달리 척추를 갖지 않았다고 결론 내렸다.
조사 관계자는 "털리몬스터와 메이존 크리크 퇴적층에서 발굴된 비슷한 종의 화석들을 3D 레이저로 스캔해 일일이 대조한 결과, 수수께끼의 생물에게는 등뼈가 없었다고 판단된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털리몬스터가 척추동물이라는 가설은 근절과 뇌, 지느러미 등을 지탱하는 구조가 척추동물과 비슷한 점을 근거로 한다"며 "이번 분석에서는 해당 부분에서 분절 구조가 발견된 만큼, 척추동물로 확정하기는 무리"라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이번에 확인된 분절 구조가 지금까지 척추동물의 어느 계통에서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즉 털리몬스터는 등뼈가 없는 동물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이야기다. 다만 여전히 세부적인 정보가 부족하고 화석 분석 과정에 추측과 가설이 많이 개입된 만큼 아직은 털리몬스터를 어떤 생물로 구분할지 애매하다는 입장이다.
털리몬스터는 몸통 한쪽 끝에 지느러미를 가졌고, 그 반대쪽에는 익룡 또는 수룡을 연상시키는 긴 목과 이빨이 무수한 주둥이가 달렸다. 몸통 한쪽에는 가늘고 긴 기관이 양 갈래로 뻗어 있고 그 끝에 눈이 달려 털리몬스터를 오징어의 조상이라고 보는 학자도 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