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깜박일 수 있는 수륙양용 물고기 망둑어가 인류 진화의 수수께끼를 풀 열쇠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교 연구팀은 28일 공개한 연구 성과에서 망둑어가 눈을 깜박이는 것은 약 3억7500만 년 전 우리 조상들이 바다에서 육지로 올라갈 수 있게 해준 능력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

연구팀은 인류가 바다에서 육지로 올라와 진화했다는 기존 가설을 바탕으로 인간 진화를 들여다봤다. 그 중요한 힌트가 눈을 깜박이는 망둑어라고 본 이유는 어떤 물고기도 사람처럼 눈을 감고 뜨지 않기 때문이다.

조사 관계자는 "우리는 평소 무의식적으로 눈을 깜박이고, 기억조차 못 하지만 이런 동작은 진화학에서 아주 중요하다"며 "눈을 감고 뜨는 데 관여하는 것이 대부분 연조직이다 보니 아쉽게도 화석이 남지는 않는다"고 언급했다.

어류와 양서류의 특징을 모두 갖고 있는 망둑어. 뭍에 올라와도 최대 20시간 안팎까지 살 수 있다. <사진=pixabay>

이어 "현생종인 망둑어는 물과 뭍을 오가는 데다 눈 깜박임이 가능해 다른 물고기와 구조 자체가 다르다"며 "망둑어야말로 인간의 진화에 얽힌 미스터리를 풀 귀중한 연구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농어목 생선인 망둑어는 동아시아 전역의 바다 갯벌에 서식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망둑어는 쉽게 접할 수 있는데, 물고기임에도 뭍에 올라와 최장 20시간가량 머물 수 있어 국내에서도 생태 연구가 활발하다.

망둑어가 뭍에서 숨을 쉴 수 있는 것은 피부나 입안에 물을 채워둘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이런 기능을 이용해 갯벌의 진흙 위를 기어가듯 이동한다고 해서 해외에서는 '걷는 물고기'라고 부른다.

망둑어가 눈을 깜박이는 구조 자체는 인간과 크게 다르지 않으며, 그 목적은 사람과 거의 일치한다. <사진=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연구팀은 고속 카메라를 이용, 망둑어의 눈 깜박임을 촬영하고 자세히 들여다봤다. 이와 동시에 해부학적인 구조를 다른 물고기들과 비교했다.

개구리처럼 정수리를 중심으로 양쪽으로 튀어나온 망둑어의 눈은 안구가 안와 안으로 들어가는 방식으로 동작했다. 피부 컵(dermal cup)이라는 신축성 막이 안구를 감싸 눈의 건조를 늦추고 깜박이는 동작도 원활하게 했다.

조사 관계자는 "이런 역동적인 동작은 눈의 형태학적 구조, 안구를 연결하는 근육과 작용선(힘이 작용하는 방향을 나타내는 선)이 다른 물고기와 달라서 가능하다"며 "뭍에 올라오기 위해 피부 컵이라는 조직까지 생겨난 망둑어의 눈은 여러모로 인간의 그것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외부 자극에 눈을 깜박이는 망둑어 <사진=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이 관계자는 "인간의 각막에는 혈관이 없어 외부 공기와 눈물로 산소를 공급받는다. 이것이 눈을 깜박이는 이유 중 하나"라며 "망둑어도 사람처럼 안구가 마르거나 산소가 부족해지면 눈을 깜박이는 횟수가 늘어났다"고 말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망둑어는 사람과 달리 눈물이 없어 피부 점액과 주위의 물을 섞어 눈물 막을 만들어낸다. 망둑어는 눈이 건조해지거나 산소가 부족할 때, 이물질이 낄 때 등 인간과 거의 똑같은 이유로 눈을 깜박인다는 게 연구팀 결론이다.

조사 관계자는 "바다와 육지를 자유롭게 오가며 눈의 깜박임이 인간과 닮은 망둑어는 인류의 먼 조상이 육지로 올라온 과정, 아울러 눈을 깜박이는 이유를 설명해 준다"며 "바다에서 육지로 올라오려면 다양한 신체 구조와 기관을 바꿔야 했는데, 그 결과물이 망둑어의 눈"이라고 강조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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