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에나와 멧돼지, 호저가 함께 사는 보고도 믿기 힘든 상황이 아프리카 야생에서 포착됐다. 동물학자들은 미처 보고되지 않은 공생관계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케냐 레와 및 보라나 야생동물 보호구역 관리 센터는 5일 공식 트위터를 통해 하이에나와 사막혹멧돼지, 호저(산미치광이)가 한 동굴에 사는 '기묘한 동거' 이야기를 소개했다.
센터에 따르면, 일부 천적 관계인 세 동물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을 만큼 아무렇지 않고 적대하는 기색도 없이 한동안 동굴에서 같이 지냈다.
야생동물들의 흥미로운 공생은 2016~2021년 학자들이 하이에나 굴 5개에 설치한 관찰 카메라에 담겼다. 사진 확인 작업에서 뒤늦게 파악된 동굴 공동체는 하이에나 7마리와 사막혹멧돼지 3마리, 호저 2마리였다. 다른 굴에서도 하이에나 11마리, 사막혹멧돼지 6마리, 호저 2마리가 함께 생활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요크대학교 동물심리학자는 "하이에나, 멧돼지, 호저의 공동생활은 수개월 이상 지속된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들이 몇 분 차이로 같은 동굴 입구를 드나드는 상황도 수시로 관찰됐다"고 말했다.
이어 "동굴의 구조는 다가구 주택처럼 내부가 몇 개의 공간으로 나뉘어 있었다"며 "동물들은 동굴 안에서 독립된 공간에 각각 머물면서 충돌을 피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하이에나는 호저는 물론 사막혹멧돼지까지 잡아먹는 포식자다. 학자들은 이들이 한 지붕 아래 생활하게 된 이유는 명확하게 알 수 없지만, 동굴 내부 공간이 나뉘어 있고 멧돼지는 주행성, 하이에나와 호저는 야행성인 점에 주목했다.
요크대 동물심리학자는 "세 동물의 동거는 지역의 기후와 관련이 있을 수도 있다. 건기에 땅이 굳어 굴을 파기 어려워진 세 동물이 한 동굴에서 살았을 가능성이 있다"며 "실제로 비가 내리고 흙이 부드러워지자 이들의 공동생활은 끝났다"고 전했다.
케냐에서는 동물들의 황당한 공동생활이 전에도 목격된 적이 있다. 2019년 하이에나 및 사막혹멧돼지 무리가 한 동굴에 머무는 것이 확인됐는데, 이번처럼 호저까지 총 3종이 뒤섞인 경우는 처음이다.
일부 학자는 세 동물이 공생관계일 가능성도 제기했다. 센터 관계자는 "야생동물의 공생은 아직 인간이 많은 부분을 밝혀내지 못한 미지의 영역"이라며 "먹이가 부족한 건기에는 3자가 싸우고 빼앗는 것이 비효율적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한시적인 공생을 선택했다고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