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리한 사냥법으로 유명한 심해어가 미국 오리건주 해변에서 죽은 채 잇달아 발견돼 해양 생물학자들이 조사에 나섰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은 8일 공식 채널을 통해 오리건주의 약 300㎞에 이르는 해안선을 따라 심해어 돛란도어(longnose lancetfish) 사체가 심심찮게 발견돼 원인을 파악 중이라고 발표했다.

돛란도어는 최대 몸길이 2m 이상, 체중 약 5㎏까지 자란다. 최고 수심 약 1900m에서 발견되는 심해어로 먹성이 대단하고 타고난 위장술을 바탕으로 한 매복의 명수이자 지능적인 사냥꾼으로 유명하다. 거대한 눈과 날카로운 이빨, 크게 벌어진 송곳니, 강인한 턱, 등에 뻗은 돛 같은 지느러미가 특징이다.

기묘한 생김새와 뛰어난 사냥 능력으로 유명한 심해어 돛란도어 <사진=NOAA 공식 홈페이지>

NOAA에 따르면, 돛란도어는 최근 몇 주에 걸쳐 오리건 주 해안가에서 광범위하게 발견되고 있다. 단순히 물고기가 해안으로 올라오는 것이 아니라 개체 대부분이 죽은 상태라는 점에 NOAA 학자들은 주목했다.

비늘이 없고 젤라틴 조직으로 몸이 뒤덮인 돛란도어가 해안에 올라온 경위는 불분명하다. 이 심해어가 공기 중에 방치되면 피부가 급속도로 말라 그대로 죽고 만다.

NOAA 관계자는 "돛란도어는 동족을 아무렇지 않게 잡아먹고 한 번에 엄청난 양의 먹이를 집어삼켜 오래 소화하는 등 생태학적으로 연구할 가치가 많다"며 "자웅동체인 돛란도어는 번식과 진화에 대해서도 아직 정보가 충분하지 않은데 해안가로 올라오는 기묘한 상황이 벌어져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돛란도어는 수심 약 1900m 구간에서 관찰되는 심해어다. <사진=NOAA 공식 홈페이지>

이 관계자는 "해안에서 어쩌다 한 두 마리 보일까 말까 한 돛란도어가 무더기로 해변으로 올라오는 상황이 기후변화 때문인지는 확실하지는 않다"며 "현재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관련성을 알아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학자들은 돛란도어 같은 심해어가 대량으로 해안에서 발견되려면 심해 생태계가 심각하게 파괴됐거나 이 물고기들에 한정된 질병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측했다. 최근 미국 각지에서 보고되는 이상 기온 현상으로 돛란도어들이 자연적인 온도 충격을 받았다는 견해도 있다.

NOAA는 필요할 경우 탐사선 오케아노스 익스플로러(Okeanos Explorer)를 동원해 심해 생태계의 정밀 조사도 진행할 계획이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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