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대한 농작물 피해를 야기하는 메뚜기떼를 페로몬으로 간단하게 조종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감당하기 어려운 메뚜기 떼로부터 농작물을 지킬 방법이 개발될지 주목된다.

독일 막스플랑크 화학생태학 연구소는 11일 발표한 연구 성과에서 메뚜기들이 서로 잡아먹는 상황에서 스스로를 보호하는 페로몬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곤충에 의한 작물 피해를 막을 방법을 모색하던 연구소는 메뚜기의 먹성이 공격성과 연관됐음을 알아냈다. 평소 단독으로 행동하는 메뚜기나 풀무치는 소식하는 곤충으로, 학계는 이런 유형을 '고독상'으로 분류한다. 메뚜기는 다만 개체가 불어나면 '군생상' 유전자 스위치가 켜지면서 동료는 물론 작물까지 닥치는 대로 먹어치운다.

평소 소식하는 '고독상'인 메뚜기는 개체가 불어나면 공격성을 띠고 서로 잡아먹는 '군생상' 스위치가 켜진다. <사진=pixabay>

메뚜기가 야기하는 농작물 피해의 근본적 원인이 동족상잔이라는 점에 주목한 연구팀은 각 개체가 사용하는 천연 화학물질을 특정했다. 이를 활용하면 메뚜기가 서로 공격하는 상황을 막고, 결과적으로 작물 피해도 줄일 수 있다는 게 연구소 결론이다.

연구소 관계자는 "군생상으로 변모한 메뚜기는 몸집이 커지고 색이 선명해지며 자주 날아다니고 공격성을 보인다"며 "이런 상태가 된 메뚜기들은 자기방어를 위해 페로몬을 적극 이용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장시간 추적 조사에서 군생상 메뚜기들이 사용하는 페로몬을 여러 가지 파악했다"며 "지금까지 확인된 것만 무려 17가지"라고 덧붙였다.

군생상으로 변모한 메뚜기떼는 벼 등 농작물에 막대한 피해를 입힌다. <사진=pixabay>

연구소는 군생상으로 엄청난 피해를 입은 메뚜기들이 진화를 거듭하며 유전자 편집으로 동족상잔을 억제하는 페로몬을 생성한 것으로 추측했다. 이를 인간이 활용하면 메뚜기떼의 농작물 싹쓸이를 막을 수 있다고 연구소는 기대했다.

메뚜기가 페로몬을 사용한다는 사실은 이전 실험에서 이미 확인됐다. 2020년 한 연구팀은 멀쩡한 메뚜기를 군생상으로 변모하는 페로몬을 발표했다. 다만 그 반대 작용을 하는 천연 화학물질이 특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소 관계자는 "이번 실험은 메뚜기로부터 작물 피해를 줄이는 동시에 이들의 군생상을 억제, 개체의 손실까지 막을 수 있다"며 "농작물을 지키기 위해 대량의 농약을 써 메뚜기와 싸우는 상황은 멀지 않은 미래에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전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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