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4억6200만 년 전 생존한 고대 생물들의 화석이 영국 웨일스에서 대량으로 발굴됐다. 캄브리아기가 끝난 뒤 생물들의 진화 과정을 알려줄 이번 발견에 학계의 관심이 쏠렸다.
웨일스 국립박물관 연구팀은 10일 공개한 보고서에서 양들을 방목하는 캐슬뱅크(Castle Bank) 지역에서 약 4억6200만 년 전 오르도비스기의 고생물 화석이 대거 발견됐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고생물 화석의 종류가 다양하고 양도 많은 데다, 일부는 눈과 뇌까지 깨끗하게 보존된 점에 주목했다. 특히 고생물학자들이 지금까지 본 적이 없는 신종도 적지 않았다.
캐슬뱅크의 퇴적층을 조사한 연구팀은 이곳이 생물 다양성이 급증한 캄브리아기 대폭발로 탄생한 고생물들이 나중에 어떻게 진화했는지 알아낼 정보를 품었다고 결론 내렸다.
조사 관계자는 "캐슬뱅크는 약 4억5800만 년 전부터 4억4400만 년 전에 해당하는 오르도비스기를 살아간 생물들의 보고"라며 "이런 퇴적층은 세계 어디서도 볼 수 없어 그 가치가 대단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캐슬뱅크는 생물학적으로 좀처럼 후대까지 남지 않는 연체 해양생물 화석이 무더기로 묻힌 점에서 캐나다 버제스 혈암과 중국 칭장 생물군에 견줄 만한 귀중한 연구 대상"이라고 평가했다.
연구팀은 캐슬뱅크가 버제스 혈암이나 칭장 생물군보다 이후 시대의 화석을 품고 있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자세한 조사가 필요하겠지만 캐슬뱅크는 캄브리아기 지층인 버제스 혈암 및 칭장 생물군 뒤에 형성된 오르도비스기 지층이다.
조사 관계자는 "캄브리아기는 현재 알려진 동물의 문이 모두 출현한 시대"라며 "그 뒤를 이은 오르도비스기 또한 생물의 폭발적인 다양화가 진행된 흥미로운 시기"라고 전했다.
학계는 캄브리아기 이후의 생물이 어떻게 진화했는지 궁금했지만 이를 알아볼 단서가 거의 없는 실정이었다. 연구팀은 캐슬뱅크가 오르도비스기 지층인 만큼, 학자들의 아쉬움을 채울 화석이 여럿 존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연구팀에 따르면 캐슬뱅크에서는 170종 이상의 화석이 발견됐다. 대부분 기존에 알려지지 않았던 신종으로 추정된다. 오파비니아 등 캄브리아기 후기를 대표하는 생물들이 어떤 형태로 진화했는지 특징을 알 수 있지도 모른다.
조사 관계자는 "캐슬뱅크 지층에서는 심지어 삼엽충의 소화기관이나 절지동물의 눈, 뇌 화석도 나왔다"며 "캐슬뱅크 지층의 화석들을 분석하면 고생물학의 여러 학설을 뒤집을 새로운 발견이 줄을 이을 수 있다"고 말했다.
캐슬뱅크가 처음 발견된 것은 영국 전역이 코로나19 여파로 봉쇄된 2020년이다. 고생물학을 전공한 조 보팅 부부가 양이 방목되는 벌판 옆의 작은 채석장 인근을 100일 넘게 발굴한 결과 값진 성과를 올릴 수 있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