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엽식물이 발암물질을 생각보다 더 효율적으로 제거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관엽식물은 공기 청정 효과가 입증돼 많은 가정에서 키우고 있다.
호주 시드니공과대학교는 25일 공개한 연구 보고서에서 가정과 직장, 학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관엽식물이 벤젠 등 공기 중에 떠다니는 휘발성 화합물을 98%까지 정화한다고 전했다.
이 학교 연구팀은 실내 공기오염의 일반적인 원인 물질을 제거하는 실험 과정에서 이 사실을 알아냈다. 앞머리를 따 'BTEX'로 칭하는 벤젠, 톨루엔, 에틸벤젠, 자일렌은 휘발성 유기화합물 중에서도 독성이 강해 세계보건기구(WHO)가 발암물질 또는 발암성 독소 유발 물질로 지정했다.
연구팀은 관엽식물의 공기 정화력을 측정하기 위해 암비우스 사가 개발한 '스몰 그린 월(small green wall)'을 동원했다. 식물이 빽빽하게 들어찬 일종의 인테리어 벽체인데, 실험을 위해 스킨답서스와 싱고니움, 무늬접란 등 대표 관엽식물로 채워졌다.
실험 결과 세 관엽식물은 약 8시간 만에 실내 공기 중의 오염물질 약 98%를 제거했다. 휘발성 화합물의 농도는 8시간 뒤 약 20% 수준까지 감소했다. 연구팀 관계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가장 해로운 휘발성 화합물까지 싹 제거해 준다는 것은 놀랍다"며 "WHO가 정한 1급 발암물질 벤젠은 덜 해로운 물질보다 훨씬 빠르게 정화됐다"고 전했다.
이어 "공기의 오염도가 높을수록 관엽식물의 공기 청정 속도와 효과가 한층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식물이 주위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발휘하는 능력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이번 실험이 아주 흔한 관엽식물만으로 천연 공기 정화가 가능한 점을 입증했다는 데 의미를 부여했다. 실험에 사용된 세 식물은 손이 많이 가지 않아도 돼 초보자도 비교적 쉽게 키울 수 있다.
식물이 인간이나 환경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이전 실험을 통해 잘 알려졌다. 영국 학자들은 식물이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환자에게 좋다는 것을 입증했다. 일부 의사는 정신병 환자에게 관엽식물을 키울 것을 권한다.
요주의 오염물질인 BTEX는 발암성이 높을 뿐 아니라 호흡기 질환과 중추신경계 장애까지 일으킬 수 있다. 어린이나 노인들에게는 특히 위험하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