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뿔이 인상적인 장수풍뎅이의 핵과 미토콘드리아 게놈 해독이 일본 곤충학자들에 의해 완료됐다. 딱정벌레목 풍뎅잇과 벌레들의 뿔이 진화하는 과정이 규명될지 학계의 관심이 쏠렸다.
일본 기초생물학연구소는 5일 공식 채널을 통해 장수풍뎅이(일본에서는 투구벌레)의 유전 정보를 해독한 데이터베이스를 최초로 공개했다. 연구소가 카나자와대학교와 공동으로 해독한 장수풍뎅이 유전 정보는 지난달 말 세계적인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도 실렸다.
장수풍뎅이는 몸체만 한 큼직한 뿔로 유명하다. 이 뿔은 학술적 관점에서 중요한 특징으로 꼽히는데, 진화 과정에서 새롭게 얻은 형질로 여겨져 왔다. 다만 뿔의 진화적 신기성을 추측만 할 뿐, 구체적으로 어떻게 뿔이 자라는지 곤충 학자들은 알지 못했다.
연구소는 이번에 얻은 게놈 정보를 분석하면 얼마든 장수풍뎅이 뿔의 비밀을 알 수 있다는 입장이다. 연구소 관계자는 "일본 혼슈에 서식하는 장수풍뎅이 샘플을 여럿 채취, 유전 정보를 해독했다"며 "이 벌레의 게놈 전체 길이는 6억1500만 염기쌍으로 인간의 약 20%이며, 여기서 2만3987개의 유전자를 특정했다"고 전했다.
이어 "일본 장수풍뎅이 게놈을 2022년 보고된 중국 장수풍뎅이의 그것과 비교한 결과, 염색체 구조가 높은 확률로 일치했다"며 "이는 두 집단 간의 염색체 구조가 진화적으로 잘 보존되고 있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연구소는 장수풍뎅이 아과 동료임에도 크기가 작고 뿔이 없는 거짓쌀도둑거저리 및 황소뿔소똥풍뎅이의 게놈과 비교, 풍뎅잇과 곤충의 뿔 생성에 관여하는 유전자군 543개를 분류했다. 연구소는 이 유전자를 집중 분석하면 풍뎅잇과 곤충이 종류에 따라 뿔이 있고 없는 이유까지 알 수 있다고 기대했다.
장수풍뎅이는 한국에서도 연구가 활발한 곤충이다. 한반도에는 장수풍뎅이와 외뿔장수풍뎅이, 둥글장수풍뎅이 등 3속 3종이 서식한다. 외뿔장수풍뎅이는 머리 중앙에 뿔 모양의 아주 작은 돌기가 있고, 둥글장수풍뎅이는 뿔이 아예 없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