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인 남성은 사냥을, 여성은 채집을 했다는 오래된 학설이 완전히 잘못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수렵채집 사회에 대한 오랜 관념을 깬 연구에 학계가 주목했다.

미국 시애틀퍼시픽대학교(SPU) 인류학 연구팀은 1일 공식 채널을 통해 고대 여성의 최소 79%가 사냥을 했다는 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인류학계는 그간 고대인 남자는 밖에서 사냥을 하고 여자는 채집을 했다는 가설을 정설처럼 받아들여왔다. 이를 정면 반박하는 SPU 연구팀의 보고서는 지난달 28일 미국 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에도 소개됐다.

연구팀은 고대 여성의 매장지에서 중대형 동물을 잡는 도구가 출토된 점에서 '남자=사냥·여자=채집'이라는 정설에 의문을 품었다. 각국의 고대 유적에서는 인류의 역사와 선사시대를 새롭게 조명하는 고고학적 증거가 계속 나오고 있다.

고대 사회의 여성들은 생존을 위해 주도적으로 사냥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진=pixabay>

연구팀은 남·북아메리카와 아프리카, 호주, 아시아, 오세아니아 등 세계 주요 대륙에서 발굴 조사를 통해 특정된 63개 수렵채집 사회의 정보를 분석했다.

연구팀은 분석 대상이 된 수렵채집 사회의 여성 79%가량이 사냥을 했다고 결론 내렸다. 나이나 자녀의 유무와 관계없이 모든 여성이 주도적으로 수렵을 했다는 게 연구팀 설명이다.

조사 관계자는 "특히 고대 여성의 사냥 중 70%는 다른 활동 중 우연히 이뤄진 것이 아닌, 목적이 뚜렷한 의도적 행위였다고 생각된다"며 "당시 여성들은 다양한 몸집의 동물을 사냥하기 위해 맞춤 도구를 갖춘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SPU 인류학 연구팀이 조사한 63개 수렵채집 사회의 분포도 <사진=SPU·PLOS ONE 공식 홈페이지>

예컨대 당시 여성들은 새나 토끼 등 비교적 쉽게 잡을 수 있는 작은 동물뿐 아니라 사슴이나 고라니, 또는 그보다 크고 재빠른 동물도 사냥했다. 지역에 따라서는 여성이 남성보다 다양한 무기를 썼으며 사냥 전략도 세운 것으로 연구팀은 분석했다.

조사 관계자는 "수렵채집 사회에서 으레 남자가 사냥을, 여자가 채집을 했을 거라는 학설을 뒤집을 결정적 증거"라며 "이런 생각은 현대에도 존재하는 남녀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비롯된 것일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학자들은 어떤 상황에도 고정관념에 빠져서는 안 된다는 데 많은 사람이 동의할 것"이라며 "이번 조사는 고대 여성의 성역할이나 사회에 미친 영향을 진지하게 다시 연구할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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