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비행사의 소변과 땀에서 마실 물을 뽑아내는 재활용률이 마침내 98%를 찍었다. 자원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우주를 개발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미 항공우주국(NASA)이 지난달 말 공개한 물 순환 시스템은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체류하는 우주비행사들이 일상적으로 배출하는 소변과 땀의 재활용률을 98%까지 향상시켰다. 

이 시스템은 우주개발 상 난제인 식수 문제를 획기적으로 해결한다는 게 NASA 입장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인간은 살기 위해 반드시 물이 필요하고, 점차 속도가 붙는 우주개발 상황을 고려하면 이런 시스템은 필수다.

NASA 비행사 프랭크 루비오(48)가 미세 중력 상태에서 ISS 내부에 뜬 물방울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NASA 공식 홈페이지>

NASA 관계자는 "ISS를 기준으로 보면, 여기 체류하는 우주인 한 명이 식사와 양치질 등 매일 쓰는 물은 약 3.8ℓ"라며 "우주에서는 지구와 달리 물을 쉽게 얻을 수 없어 활동에 많은 제약이 따른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물 재활용률 98%라는 숫자는 많은 것을 의미한다"며 "어렵게 물 100ℓ를 우주로 운반했다면, 손실되는 것은 2ℓ뿐이고 나머지는 계속 순환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NASA의 물 재활용 실험은 ISS의 생명 유지 장치 ECLSS(Environmental Control and Life Support System)를 통해 진행됐다. ECLSS는 ISS 내부의 물이나 공기를 관리하는 핵심 장치다. 여기 내장된 UPA(Urine Processor Assembly, 소변 처리 장치)는 전부터 우주비행사들의 소변과 땀을 증류해 물을 회수해 왔다.

지구에서 개발될 당시의 ECLSS. 산소나 물 여과, 공조 등 우주비행사가 ISS에서 생활하는 데 필요한 시스템을 총괄하고 연구한다. <사진=NASA 공식 홈페이지>

이번 실험에서는 기존 UPA에 브라인(brine, 염분을 다량 포함하는 물) 처리 장치 BPA(Brine Processor Assembly, 브라인 처리 장치)가 추가됐다. UPA로 우주비행사의 소변을 여과, 물을 회수할 때 부산물인 브라인이 발생하는데, NASA 기술자들은 여기서도 수분을 뽑아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BPA는 브라인 자체를 정화해 물을 추가로 얻기 위해 개발됐다. 특수한 막에 브라인을 투과하고 건조한 공기에 닿게 하는 구조다. 이 과정을 통해 소금기는 남기고 수분만 증발시켜 ECLSS 제습기로 회수한다.

NASA 관계자는 "BPA는 쉽게 말해 한 번 짠 걸레를 더 쥐어짜는 장치"라며 "그간 93~94%였던 ISS의 물 재활용률을 이전부터 목표로 한 98%까지 높이는 데 성공했다"고 전했다.

ISS 내부에 마련된 물 저장 장치. 비행사의 소변이나 땀 등 수분이 포함된 것은 뭐든 여과해 이곳에 보내진다. <사진=NASA 공식 홈페이지>

ISS의 물 재활용 실험이 성공하면서 향후 진행될 우주개발에도 많은 도움이 될 전망이다. 현재 유인 달 탐사 '아르테미스(Artemis)' 계획을 진행하는 NASA의 궁극적인 목표는 사람이 달과 화성 등 목표물에 보다 오래 안전하게 머무는 것이다. 

NASA는 이번에 개발된 BPA의 성능을 끌어올려 ISS뿐만 아니라 향후 건설될 다양한 우주 전진기지에 배치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우주비행사들의 소변과 땀을 걸러 보다 깨끗한 식수를 많이 공급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방침이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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