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첸이 제창한 인류세, 이미 시작됐다."

인류의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새로운 지질시대 '인류세(인신세, Anthropocene)'가 실제 도래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뚜렷한 흔적이 캐나다 호수에서 발견됐다는 주장에 학계가 주목했다.

독일 막스 플랑크 과학사연구소는 10일 공식 SNS를 통해 인류세의 기준이 될 현상이 캐나다 크로퍼드 호수에서 확인됐다고 전했다. 

이 연구소와 각국 기후학자들로 구성된 연구팀은 2009년부터 이어온 인류세 탐사 작업 결과 크로퍼드 호수 퇴적층에 인류가 기후와 환경에 끼친 영향, 즉 인류세의 흔적이 새겨졌다고 결론 내렸다.

산업화 등 인류가 지구에 준 영향들로 말미암은 지질시대 인류세가 이미 시작됐으며, 그 흔적도 발견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진=TED ED 유튜브 공식 채널 영상 'Why Can't We See Evidence of Alien Life?' 캡처>

인류세는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네덜란드 대기화학자 파울 크루첸이 지난 2000년 제창했다. 지금으로부터 100만 년 후 지구를 조사하러 온 외계 생명체가 지층에서 인류의 선명한 흔적을 발견한다고 내다본 크루첸은 2021년 작고하기 전까지 환경운동을 전개했다.

연구팀 관계자는 "1만1700년 전 완신세가 막을 내리고 다음 지질학적 시대 인류세가 막을 올린 흔적을 찾았다"며 "누구나 체감하는 온난화 등 기후변화는 물론 플라스틱 등 인간이 버린 쓰레기 때문에 지구의 생명유지장치는 고장 나기 직전"이라고 전했다.

크로퍼드 호수는 규모가 작지만 호수 바닥 퇴적층에 나무의 나이테처럼 지구 역사가 새겨져 있다. 상부와 하부의 물이 거의 섞이지 않는 이 호수를 지질학자들은 국제표준층서구역(GSSP)으로 정하고 연구해 왔다.

인류세를 제창한 파울 크루첸 <사진=노벨상 공식 홈페이지>

연구팀 관계자는 "크로퍼드 호수 퇴적층을 보면 인류는 지구의 생태학적 경계를 9단계까지 돌파했음을 알 수 있다"며 "지금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외계인들은 인류가 사라진 지구를 찾아 인류세라는 지질시대를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구팀의 조사 결과가 학계의 인정을 받은 것은 아니다. 벌써 반론도 제기됐다. 일부 학자들은 수백만 년 반복되는 빙하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고, 현재 미니 빙하기가 반복된다고 주장한다. 인류세를 완전히 판별하려면 향후 5000만 년은 지구를 관찰해야 한다고 지적도 있다.

국제층서위원회(ICS) 및 국제지질과학연합(IUGS)은 막스 플랑크 과학사연구소의 조사 보고서를 면밀히 검토, 46억 년간 우주에 존재해온 지구의 공식 연표에 인류세를 등재할지 판단할 계획이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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