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학습이 가능한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동물들의 언어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성과를 낼지 주목된다.

영국 세인트앤드루스대학교 연구팀은 13일 공개한 조사 보고서에서 AI의 기계학습을 이용하면 고래나 까마귀 등 영리한 동물들의 언어를 해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연구팀은 AI가 인간의 다양한 말을 학습하고 언어의 장벽을 점차 허무는 것과 마찬가지로 동물의 언어 이해에 AI를 활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AI가 동물의 언어를 어떤 방식으로 해독할지 원론적 고민을 거듭한 연구팀은 패턴 분석에 초점을 맞췄다. 우선 실험 대상을 원숭이나 고래, 까마귀 등 지능이 높은 동물로 정하고 이들의 몸짓이나 울음 등 대화 수단을 AI가 학습하는 방식이다.

동물은 분명 소통 수단을 갖고 있지만 이를 인간이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한다. <사진=pixabay>

연구를 주도한 세인트앤드루스대학교 크리스티안 루츠 교수는 "AI 기계학습의 핵심은 방대한 정보에 숨은 패턴을 인식하는 것"이라며 "만약 음성이나 영상으로 기록된 동물의 시그널을 AI가 학습하고 패턴을 찾아낼 수 있다면 인간과 동물의 대화는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동물의 언어 패턴 연구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다만 AI가 발달하기 전에는 큰 난제가 있었다. 여러 동물이 의사소통에 활용하는 몸짓이나 소리를 수집하는 작업이 쉬울 리가 없었다. 

루츠 교수는 "AI에 학습시킬 동물의 언어 데이터를 모으는 데도 AI를 동원하면 문제는 해결된다"며 "원격 조종 잠수정 등이 촬영한 향유고래의 생태를 AI로 분석, 언어를 뽑아내는 '프로젝트 CETI'가 좋은 예"라고 전했다.  

향유고래의 생태를 연구하고 AI를 통해 커뮤니케이션 패턴을 분석하는 프로젝트 CETI <사진=프로젝트 CETI 공식 홈페이지>

'프로젝트 CETI'는 향유고래의 풍부한 의사소통 행위를 파악하는 활동이다. 연구팀은 비슷한 방법으로 박쥐, 까마귀, 침팬지 등의 의사소통 정보를 AI로 취합하고 있다. 이렇게 모인 정보들을 기계학습시켜 패턴을 알아내면 동물의 언어가 확인될 것으로 연구팀은 기대했다.

루츠 교수는 "기계학습은 동물이 어떤 신호를 사용하고 그 신호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발견하는 데 도움을 준다"며 "이미 멸종한 동물이라도 울음소리를 담은 파일이나 영상이 있다면 여러 정보를 취합, 언어 패턴을 알아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동물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현재 상태를 알 수 있어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생물들을 더 존중하는 문화가 싹틀 것으로 기대했다. 루츠 교수는 "우리의 바람은 단지 동물의 말을 해독하는 것이 아니라, 그로 인해 인류 전체의 문화를 더 유연하게 만드는 것"이라며 "머지않아 개나 고양이 등 반려동물들이 주인과 소통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고 전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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