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귀에 들리지 않는 소리, 즉 무음을 귀가 아닌 뇌로 분명히 지각한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교 연구팀은 11일 발표한 실험 보고서에서 인간이 무음을 분명히 지각하는 증거를 잡았다고 주장했다. 연구팀은 사람이 무음을 어떻게 알아채는지 들여다보는 구체적 방법도 알아냈다는 입장이다.
사람이 소리의 부재를 지각할 수 있느냐는 과학계의 오랜 논란거리였다. 무음이란 말 그대로 소리가 없는 상태이로 불가능하다는 주장이 우세했다. 일부 학자들은 무음을 인간이 어떻게든 지각한다고 여겼는데, 이를 입증할 확실한 증거가 없었다.
존스홉킨스대 연구팀이 떠올린 것은 '원 이즈 모어 착각(one is more illusion)'이다. 일종의 심리 현상으로, 같은 2초라도 비프음이 '삐삐' 두 번 울리는 것보다 '삐~' 한 번 울리는 것을 길게 느끼는 것을 말한다.
연구팀은 이 비프음을 무음으로 대체하는 실험을 기획했다. 피실험자 1000명을 모은 연구팀은 카페 내부에서 나는 익숙한 생활 소음을 들려줬다.
카페 소음은 약 48초 이어지다 갑자기 짧게 두 차례 멈췄다. 다시 소음이 이어지다 56초 구간에서 한차례 길게 중단됐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시퀀스에서 소음이 끊어진 시간은 서로 같았다. 그럼에도 이 소음을 7회에 걸쳐 들은 피실험자들 대부분은 두 번째 시퀀스의 공백이 길다고 답했다.
실험 관계자는 "이번 실험은 귀가 아닌 우리 뇌가 무음을 소리와 똑같이 처리하고 있음을 시사한다"며 "청각이 소리를 처리할 때의 착각이나 효과는 무음일 경우에도 비슷하게 일어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 것, 즉 부재를 지각한다는 사실을 이번 연구를 통해 알게 됐다"며 "인간이 소리의 부재를 지각하는지 알아보는 방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청각과 뇌에 관련된 이번 실험이 보여준 부재의 지각이 다른 감각, 일테면 시각에도 적용되는지 추가 실험에 나설 계획이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