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안데르탈인이 머물던 동굴에서 4만5000년 전 미지의 현생 인류 유아 뼈가 발견됐다. 네안데르탈인이 현생 인류와 같은 곳에 머물고 벌판에 나가 사냥했으며, 육체적인 관계까지 맺었다는 가설을 입증할 증거로 평가된다.

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 연구소는 프랑스 헨느 동굴(Grotte du Renne)에서 나온 기존에 알려지지 않은 호모 사피엔스의 초기 계통으로 추정되는 4만5000년 전 인골을 소개했다.

연구소는 이 동굴에서 이미 네안데르탈인이 생존한 증거가 많이 발견된 점에서 현생 인류의 뼈가 나온 점에 주목했다. 인골의 주인공이 유아인 점에서 네안데르탈인과 혼혈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연구소는 추측했다.

헨느 동굴은 고고학자들의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유럽 구석기시대 유적 중 하나다. 동굴에서는 다양한 석기 등 고대 문화 샤텔페로니안을 나타내는 흔적이 여럿 발견됐다. 샤텔페로니안은 3만6000~3만2000년 전 서유럽에서 번성한 구석기시대 문화로 매머드의 상아를 가공한 구슬, 동물 이빨에 구멍을 낸 도구 등으로 널리 알려졌다.

미지의 현생인류 유아의 장골(a) 및 네안데르탈인 어린이의 장골(b, c) <사진=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 연구소·네이처 공식 홈페이지>

조사 관계자는 "샤텔페로니안을 어떤 고대 인류가 창조했는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며 "네안데르탈인의 문화라는 설도 있지만 우리 현생 인류의 문화라는 주장도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껏 헨느 동굴에서 발굴된 사람 뼈는 네안데르탈인의 것뿐이었다"며 "이런 점에서 샤텔페로니안 문화는 네안데르탈인의 것으로 여겨졌는데, 초기 호모 사피엔스 유아의 뼈가 나와 학자들을 혼란에 빠뜨렸다"고 덧붙였다.

발굴된 뼈는 골반 상단을 구성하는 장골이다. 이 뼈를 네안데르탈인 어린이 2명과 현대인 신생아 32명의 것과 비교한 연구소는 그 모양이 네안데르탈인과는 크게 다르고 오히려 현대인 신생아와 비슷한 것을 알아냈다.

네안데르탈인과 호모 사피엔스가 같이 머물고 이동하며 사냥하고 소통했음을 시사하는 증거들이 계속 발견되고 있다. <사진=NHK 유튜브 공식 채널 영상 'The Hunting Man-OUT OF THE CRADLE' 캡처>

조사 관계자는 "이로 미뤄 이 아기의 뼈는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호모 사피엔스 초기 계통의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가능하다"며 "이번 발견은 초기 인류의 유럽 이주에 대한 지금까지의 이해를 바꿔놓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소는 이 수수께끼의 장골이 4만1000~4만5000년 전 석기시대 중기에서 후기로 전환될 때 유라시아 대륙에 살던 네안데르탈인과 아프리카에서 이주한 현생 인류 사이에 생긴 아이라고 추측했다. 두 인류의 결합을 시사하는 증거는 전에도 발견됐는데, 불가리아의 바코키로 동굴에서는 약 4만5000년 전 호모 사피엔스 남성의 유골에서 네안데르탈인의 DNA가 확인됐다.

조사 관계자는 "어쩌면 유럽으로 이주한 현생 인류는 생각했던 것보다 네안데르탈인과 혼혈이 많았을지 모른다"며 "그렇다면 샤텔페로니안 문화를 발달시킨 것은 네안데르탈인과 현생 인류 모두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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