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에 족쇄처럼 자물쇠를 채운 400년 전 어린이 유골이 유럽에서 발굴됐다. 역사학자들은 고인이 흡혈귀로 오해를 받았으며, 부활을 막기 위해 다리가 속박된 것으로 추측했다.

폴란드 니콜라스코페르니쿠스대학교(NCU) 고고학 연구팀은 17일 공개한 발굴 보고서에서 발에 자물쇠가 채워진 채 엎드려 묻힌 400년 된 어린이 유해를 소개했다.

5~7세로 추정되는 아이가 묻힌 곳은 폴란드 북부 뷔드고슈치와 가까운 마을 피엔이다. 발굴 관계자는 "아이는 현대 개념에서 말하는 드라큘라, 즉 흡혈귀로 여겨진 것 아닌가 생각된다"며 "고인이 무덤에서 부활하는 것을 막으려고 이런 악독한 매장법을 썼을 것"이라고 전했다.

17세기 매장된 것으로 추측되는 어린이의 유골. 두 다리를 단단히 고정한 자물쇠가 보인다. <사진=NCU 공식 홈페이지>

연구팀은 아이가 지난해 발굴된 희한한 형태의 여성 유골과 불과 1.5m 떨어졌다는 점에서 가족 관계를 의심했다. 여성의 시신은 기립하지 못하도록 목에 무시무시한 낫이 고정됐고 다리에는 자물쇠가 채워졌다.

발굴 관계자는 "아마 이곳은 버림받은 영혼을 위한 집단 매장지였을 것"이라며 "약 400년 전 폴란드 사람들은 흡혈귀의 존재를 믿었고, 이들이 죽어 묻힌 뒤에도 좀비처럼 되살아난다고 여겼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같은 매장지에서 자물쇠를 찬 어린이 시신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유럽 전체에서 이런 유해가 발굴된 것 역시 최초라는 점에서 고고학적으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자물쇠로 다리가 결박된 어린이 유해를 살펴보는 발굴 관계자들 <사진=NCU 공식 홈페이지>

연구팀은 이 매장지가 17세기 폴란드를 비롯한 유럽 국가들의 장례 및 매장 풍습을 잘 보여준다는 입장이다. 당시 사람이 죽으면 교회에서 예배를 보고 매장했는데, 이런 교회 장례는 상당한 비용이 들어 가난한 이들은 관도 없이 공동묘지에 묻혔다.

발굴 관계자는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일지라도 신이 버린 영혼, 예컨대 흡혈귀로 몰렸다면 아마 교회 장례를 거절당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어 "지난해 발견된 목에 낫을 두른 여성은 금이 함유된 약을 복용한 흔적이 발견됐다"며 "이는 여성이 아주 부유했다는 의미지만 무슨 이유인지 교회 장례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흥미롭다"고 말했다.

아이의 유골과 1.5m 거리에 있던 낫으로 목을 고정한 여성 유골. 지난해 발굴돼 학계를 놀라게 했다. <사진=NCU 공식 홈페이지>

일부 역사학자들은 여성과 아이의 시신이 묻힌 연대가 대략 400년 전이라면, 이들이 흡혈귀가 아닌 다른 불멸의 존재로 여겨졌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현대 흡혈귀의 개념이 유럽에 나타난 것이 좀 더 나중이라는 주장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발굴 관계자는 "매장된 이들을 찾고 사인이나 매장 방법을 분석하는 작업은 앞으로도 계속될 예정"이라며 "수수께끼의 유해가 계속 발견되는 이유를 머지않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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