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팍에 긴 말뚝이 박힌 채 늪 바닥에 묻힌 일명 '복스텐 맨(Bocksten Man)'의 생전 형상이 복원됐다.

스웨덴 법의학자 겸 조각가 오스카 닐슨은 최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1936년 처음 발견된 '복스텐 맨'의 유골과 유류품을 토대로 생전 이미지를 만들어냈다고 전했다.

'복스텐 맨'은 스웨덴 할란드 주 바르베리에 사는 5세 꼬마가 우연히 발굴했다. 흙 속에서 사람 뼈가 나오자 놀란 꼬마의 아버지가 경찰을 불렀고, 고고학자까지 동원된 가운데 대대적인 조사가 벌어졌다.

700년 전 생전 이미지를 복원한 복스텐 맨 <사진=오스카 닐슨·할란드 문화역사 박물관 공식 홈페이지>

학자들은 '복스텐 맨'의 유해가 해안 습지나 호수, 늪에 형성되는 이탄지에 묻힌 점, 수의가 아닌 일반 의복을 입은 점, 가슴팍에 말뚝이 박힌 점에서 살해 가능성을 점쳤다.

유해의 주인이 남성임을 알아낸 학자들은 이탄지에 700년 동안 잠겨 있었음에도 뼈와 유류품 상태가 놀랄 만큼 양호한 데 놀랐다. 심지어 복스텐 맨의 머리카락은 살아있는 사람의 것처럼 생기가 넘쳤다.

학자들은 '복스텐 맨'의 두개골에 큰 골절 흔적이 남은 점을 들어 누군가 그의 머리를 때려 살해했고, 시신이 바닥에서 떠오르지 못하게 긴 말뚝을 박았다고 결론 내렸다.

발굴 당시 복스텐 맨의 두개골. 곱슬머리가 온전하게 남았다. <사진=오스카 닐슨·할란드 문화역사 박물관 공식 홈페이지>

오스카 닐슨은 "아마도 범인은 이탄지의 물이 자연스러운 화학작용에 의해 인간이나 동물의 조직 부패를 오랫동안 막는다는 것은 몰랐던 모양"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탄지는 식물이나 이끼가 분해되고 탄화해 생긴 이탄이 쌓인 습지"라며 "한랭한 북쪽 지역에서는 저온·저산소 환경을 만들어 뼈나 피부, 머리카락, 손톱 등이 아주 오래 보존된다"고 덧붙였다.

옷의 보존 상태가 양호한 데 대해서는 "수분이 많은 이탄지에서는 모직물이나 가죽 의복은 잘 보존되지만 식물성 직물은 오래가지 못한다"며 "'복스텐 맨'은 모직 및 가죽으로 된 옷과 신발을 착용해 생전 옷차림을 알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오스카 닐슨(사진 위 맨 왼쪽)이 복스텐 맨의 유골과 과거 학자들의 조사 정보를 토대로 안면을 복원하는 과정 <사진=오스카 닐슨·할란드 문화역사 박물관 공식 홈페이지>

오스카 닐슨은 '복스텐 맨'의 의복이 중세 유럽 최고의 기술과 고급 재료로 이뤄진 점에서 그의 신분이 상당히 높았다고 추측했다.

그는 "고인은 생전 두건을 쓰고 두꺼운 외투와 모직물 튜닉, 타이즈를 걸치고 가죽 구두를 신었다"며 "의복과 신체 분석을 통해 키가 크고 부유한 인물이었음을 어렵잖게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오스카 닐슨은 지난 2월 법의학 지식과 기술, 인공지능(AI)을 결합해 약 120년 전 발굴된 중석기시대 소년을 복원한 바 있다.  그는 "과거 인물을 부활시키는 이런 작업은 역사·고고학적 의미도 있지만 의문사한 이들의 생전 상황을 재현, 미제 사건을 해결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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