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왕성 너머 태양계 외연부에 미지의 지구형 행성이 존재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일본 국립천문대(NAOJ)와 긴키대학교 공동 연구팀은 6일 이 같은 주장을 담은 조사 보고서를 공개했다. 연구팀은 수수께끼의 천체가 머물 것으로 여겨지는 영역의 이름을 따 '카이퍼 벨트 행성(Kuiper belt planet)'이라는 명칭도 만들었다.
연구팀은 카이퍼 벨트를 대상으로 실시한 시뮬레이션에서 이곳에 정체불명의 지구형 암석 행성이 존재할 가능성을 떠올렸다. 질량은 지구의 약 1.5~3배로 추정됐다. 거리는 지구-해왕성의 최소 6배로 생각된다.
카이퍼 벨트란 태양계의 마지막 행성 해왕성의 바깥쪽에 자리하면서 태양계 주위를 도는 작은 천체들의 집합체다. 많은 학자들은 46억 년 전 태양계가 막 탄생했을 때 수성과 금성, 지구, 화성,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 외에 다른 행성이 존재한 것으로 여겨왔다.
조사 관계자는 "카이퍼 벨트 행성이 정말 있다면 태양계 탄생 후 지금까지 해왕성 바깥쪽 천체들의 궤도에 큰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며 "태양으로부터 약 75억㎞ 떨어진 카이퍼 벨트는 중력의 영향으로 독특한 궤도를 그린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의문의 중력 발생원을 알아보기 위해 시뮬레이션을 실시했다. 우선 두 가지 가설을 세웠는데, 하나는 카이퍼 벨트의 중력이 미지의 행성 때문이라는 것, 다른 하나는 태양계 초기 4개의 거대 행성이 존재했다는 것이다.
조사 관계자는 "우선 4개 거대 행성의 중력만 고려해 카이퍼 벨트의 움직임을 살폈다"며 "이 시뮬레이션을 통해서는 지금의 카이퍼 벨트의 특징이 제대로 재현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카이퍼 벨트에 또 다른 행성이 있다는 가설을 바탕으로 한 시뮬레이션에서는 현재 카이퍼 벨트의 특징이 제법 비슷하게 재현됐다"며 "이는 카이퍼 벨트에 아직 알려지지 않은 행성이 존재할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시뮬레이션 결과가 맞는다면, 의문의 행성은 태양으로부터 200~500천문단위(지구와 태양 사이의 거리) 거리에 자리하며, 경사 궤도는 약 30°일 것으로 결론 내렸다.
조사 관계자는 "이번 실험은 카이퍼 벨트에 단주기 혜성이나 명왕성, 하우메아 같은 왜소행성 외에도 지구와 비슷한 천체가 버젓이 존재할 가능성을 알려준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